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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사랑과 이별, 사랑시로 유명한 작품.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로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출처 : 정호승 시집,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 해설 이 작..

좋은시 2023.08.24

서정주 광화문

서정주 광화문.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상징 건축물. 광화문 /서정주 북악과 삼각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뒤에 얼골을 들고있는 누이처럼 서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앞에 다다렀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사람은 흔이 그 머리로부터 왼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하늘에 넘쳐흐르는 푸른 광명을 광화문 - 저같이 으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자도 드물다. 상하양층의 지붕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사이에는 신방같은 다락이 있어 아래층엣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같이 고우신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렸다. 고..

좋은시 2023.08.22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더 큰 희망의 출로가...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몇 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 ❄출처 : 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 2016. 🍎 해설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의 시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푸..

좋은시 2023.08.15

유안진 밥해주러 간다

유안진 밥해주러 간다. 모성의 거룩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밥해주러 간다/유안진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할머니 섰던 차량들 빵빵대며 지나가고 놀라 넘어진 할머니에게 성급한 하나가 목청껏 야단친다 나도 시방 중요한 일 땜에 급한 거여 주저앉은 채 당당한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뭔 중요한 일 있느냐는 더 큰 목청에 취직 못한 막내 눔 밥해주는 거 자슥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뭐여? 구경꾼들 표정 엄숙해진다. 🍒 ❄출처 : 유안진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 중앙북스, 2012. 🍎 해설 이 세상에서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 그것은 가장 원시적인 굳센 힘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모성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자식 밥..

좋은시 2023.08.12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한국적 한을 노래한 유명한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출처 : 박재삼 시집, 『춘향이 마음』, 신구문화사, 1962. 🍎 해설 이 시는 꽤 유명한 서정시다. 이 시는 제삿날을 맞아 큰집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다가 노을에 젖은 가을 강을 바라보며 슬픈 사랑의 ..

좋은시 2023.08.10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광화문글판 2023년 여름편 작품.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 적당한 햇살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보니 음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이라니 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이라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니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 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그뒤론 계속 내리막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

좋은시 2023.08.08

이해인 사랑의 사계절

이해인 사랑의 사계절. 비발디의 사계를 연상시키는 사랑의 정의.사랑의 사계절/이해인봄에는 연둣빛 새싹을 닮은 쉼표의 설렘으로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가을에는 산바람을 닮은 말없음표의 감동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닮은 물음표의 기도로..... 사랑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계절로 상징적인 암호로 나를 행복하게 하네 🍒 ❄출처 : 이해인 시집, 『작은 기쁨』, 열림원, 2008. 🍎 해설불후의 클래식 비발디의 사계는 왜 인기가 있는가? 비발디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다 아름다운 계절로 음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인 시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다 사랑의 계절이라고 정의한다. 사랑만이 우리 생을 이끌어 가는 견인차다. 사계절의 사랑을 쉼표, 감탄사, 말없음표, 물음표 ..

좋은시 2023.08.06

함민복 닻

함민복 닻. 서로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 닻 /함민복 파도가 없는 날 배는 닻의 존재를 잊기도 하지만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 상처의 힘 상처의 사랑 물 위에서 사는 뱃사람의 닻 저 작은 마을 저 작은 집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게사, 2005. 🍎 해설 *닻밥: 닻이 박히는 물속 흙을 닻밥이라고 부른다. 닻밥이 모래나 너무 무른 뻘이면 닻이 끌린다. 닻밥은 약간 딱딱한 층을 가지고 있는 뻘이 이상적이다. 바다에 생계를 걸고 있는 어촌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닻에 의지한다. 언제 들이닥쳐 모든 것을 빼앗아갈지 모르는 풍랑, 그 거센 파도와 싸우며 상처를 다스리고 다시 서는 어촌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이며 서..

좋은시 2023.08.04

김수영 폭포

김수영 폭포. 저항시인의 역사인식. 폭포 정신은?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 ❄출처 :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 민음사, 2018. 🍎 해설 *나타: 나태, 게으름. 김수영 시인은 4.19혁명 전후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이다. 참여문학의 기수였다. 폭포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좋은시 2023.08.02

김남조 생명

김남조 생명. 인간 생명의 본질은 무엇인가? 딱딱한 철학이 아니다.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날의 섭리에 불려 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 ❄출처 : 김남조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 미래사, 1991. 🍎 해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 생명의 본질은 무엇인..

좋은시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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