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지상의 방 한 칸. 생활고 얘기가 아니다. 삶의 성찰이 있다.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 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 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비는 재주 뿐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 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 ❄출처 : 김사인 시집, 『밤에 쓰는 편지』, 문학동네, 2020. 🍎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