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여백. 당신은 여백이 있는 사람인가요?
여백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 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히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출처 :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5.
🍎 해설
이 시에서는 인생을 걸어가는 자세를 두 부류로 본 것 같다. 여백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 자신과 타인에 적용되는 여백은 이해의 폭이 큰 마음이고 부족한 부분을 받쳐주는 균형이며 비어있어 받아들이는 마음의 공간이다. 여백은 스스로 언덕위의 나무들의 배경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스펙은 완벽성이다. 그래서 둘러보면 꽉 찬 사람은 많은데 여백 있는 사람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여백은 모자람이 아니다. 진실로 필요한 공간이다.
풍요와 포용의 6월이다. 꽉 찬 것들. 조금씩 덜어내어 가슴 속에 여백을 만들자. 그 여백의 풍경 속으로 다양한 사람들, 친구들이 들어올 수 있게. 묵묵히 남의 배경이 되어 주는 것을 기꺼이 받아 들이면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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