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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이해인 5월의 시

이해인 5월의 시. 5월에는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되찾고 싶다.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

좋은시 2023.05.01

나태주 창문 열면

나태주 창문 열면. 5월의 시. 창문 열면 /나태주 라일락꽃 시계풀꽃 꽃내음에 홀려 창문 열면 5월의 부신 햇살 싱그런 바람 왠지 나는 부끄러워라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네가 알 것만 같아 혼자 서 있는 나를 네가 어디선 듯 숨어서 가만히 웃고 있을 것만 같아서······.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3. 🍎 해설 창문을 연다. 라일락 꽃 향기가 스며든다. 시계풀을 꺾어 손목시계처럼 차고 놀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살아 난다. 내일은 5월 1일이다.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음을 네가 숨어서 알 것만 같은 5월이 시작된다. 그 동안 꼭꼭 닫혀 있던 내 마음의 창문도 5월처럼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창문 열면 5월의 부신 햇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이 마..

좋은시 2023.04.30

용혜원 봄 꽃피는 날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봄날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기쁨과 감동. 봄 꽃피는 날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 ❄출처 : 용혜원 시집,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나무생각 , 2002. 🍎 해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이다. 봄 꽃피는 날, 나는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을 확인하였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 나는 걸 느꼈다. 또한 봄 꽃피는 날, 나는 그대의 나에 대한 사랑을 느꼈다.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기쁨과 감동을 쉽고 고운 시어로 표현하였다. 한 폭의 수채화다.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

좋은시 2023.04.29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사랑의 이별도 지는 꽃처럼 금방 잊을 수는 없을까?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출처 :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 1999. 🍎 해설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선운사의 동백꽃은 겨울 눈 속을 이겨내고 핀다. 어렵게 핀다. 그러나 동백꽃이 질 때에는 꽃잎이 봉오리 채 그냥 툭 하고 떨어져 버린다. 바로 잠깐이다. 사랑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그런데 이별을 하는 것은 왜 이리 힘이 들까. ..

좋은시 2023.04.28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나태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해설 역설의 미학 내지 반어법의 미학이다. 외로울 때, 불만을 말하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마다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으려고 애쓰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 보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라는 시다. 키 큰 미루나무도 혼자 외롭게 서 있다. 그러나 그는 의연하고 여러 사람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외로우니까 사..

좋은시 2023.04.23

오장환 The Last Train

오장환 The Last Train.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통치하의 청춘들의 절망은. The Last Train /오장환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悲哀)야! 개찰구에는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 ❄출처 : 오장환 시집, 『헌사』, 남만서방, 1939. 🍎 해설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통치시대의 청춘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 시는 생의 마지막 기차도 놓쳐 버린, 버림받은 청춘의 절규이다. 은 병든 역사와 덧난 청춘과 기다림의 허망함과 세계에 ..

좋은시 2023.04.21

신달자 봄의 금기사항

신달자 봄의 금기사항. 봄에는 무조건 사랑 고백을 하라. 봄의 금기 사항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 ❄출처 : 신달자 시집, 『오래 말하는 사이』, 민음사, 2006..

좋은시 2023.04.20

홍수희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홍수희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이번 봄에 사랑을 하지 않고는...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홍수희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 ❄출처 : 홍수희 시집, 『아직 슬픈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씨앗, 2003. 🍎 해설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아는 그대는 이번 봄엔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그대는 사랑의 무게를 벗어버릴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좋은시 2023.04.16

한용운 인연설1

한용운 인연설1. 한용운 시인의 . 인연설1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어버릴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작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한다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 ❄출처 : 한용운 시집, 『한용운전집』, 대한불교문화연구원, 2006. 🍎 해설 원래 이 시는 한시漢詩다. 인연설1, 2,..

좋은시 2023.04.12

김시천 안부

김시천 안부. 이 시를 읽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게 된다. 안부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 ❄출처 : 김시천 시집, 『떠나는 것이 어찌 아름답기만 하랴』, 내일을여는책, 1996. 🍎 해설 이 시를 읽으면 문득 아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싶어진다. 어떠십니까? 안부를 묻는다는 것은 그..

좋은시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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