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장환 The Last Train

무명시인M 2023. 4. 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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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 The Last Train.

오장환 The Last Train.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통치하의 청춘들의 절망은.

The Last Train

/오장환

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悲哀)야!

 

개찰구에는

못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

 

출처 : 오장환 시집, 헌사, 남만서방, 1939.

 

🍎 해설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통치시대의 청춘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 시는 생의 마지막 기차도 놓쳐 버린, 버림받은 청춘의 절규이다. <The last Train>은 병든 역사와 덧난 청춘과 기다림의 허망함과 세계에 미만해 있는 슬픔을 노래한 1930년대 말의 절망의 목소리다. 이용악, 서정주 시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오장환 시인은 <The Last Train>에서 마지막 열차마저 놓쳐 버린 암울한 시대의 절망과 비애를 서정시로 형상화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목이 영어로 된 <The Last Train>이다. 첫 연부터 인상적인 구절로 시작된다. 역에서 떠나 보낸 '란 뜻 밖에도 사람이 아니라 비애(悲哀). 그것은 사람일 수도 있고 비애 그 자체일 수도 있다.

 

2연에서는 허망하게 보내 버린 청춘의 조각을 못 쓰는 차표에 비유하고 있다. 개찰구를 지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희망을 찾아 떠나야 할 청춘이지만, 개찰구에 버려진 못 쓰는 차표처럼 마지막 열차도 타지 못하고 버려진 청춘이다. 세상과 역사는 모두 병들었고, 자신의 인생마저도 병들었다. 마지막 열차의 화물차가 싣고 가는 것은 병든 역사이다.

 

3연의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시인 자신일 것이다. 그는 슬픔의 열차, 병든 역사의 화물차를 떠나 보내고 그럼에도 아직도 그 누구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열차가 떠났으므로 누구도 올 리가 없건만, 화자는 헛된 기다림 속에 있다. 버려진 청춘이요, 절망에 빠진 청춘이지만, 그래도 외로움과 안타까움은 어쩌지 못한다. 4연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겠다는 말은, 자기 자신이 카인과 같은 삶을 살아왔으므로 그런 사람을 만나면 회한의 눈물을 흘리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과 연민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거북이란 열차를 가리킨다. 열차는 병든 역사를 싣고 간다. 추억이란 곧 병든 역사이다. 그리고 병든 역사를 싣고 떠나가는 열차의 모든 노선은 슬픔으로 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춘에게 병든 세상의 지도는 슬픔으로 통하는 노선들 같고 또 갈라터진 거북의 등처럼 슬프다.

 

결국 이 시는 병든 역사와 덧난 청춘과 기다림의 허망함과 세계에 미만해 있는 슬픔을 노래한 일제 식민지 치하의 1930년대 말의 절망의 우수 서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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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역두(驛頭)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悲哀)야!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대합실에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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