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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천상병 귀천

천상병 귀천. 죽음에 관한 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시.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출처 : 1970년 6월 창작과비평에 발표, 천상병 시집, 『귀천』, 답게, 2001. 🍎 해설 *귀천 歸天: 넋이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 즉 사람의 죽음을 말한다. 불우했던 시인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인간의 죽음에 관한 시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시. 불우했던 시인이 가장 힘든 상황에서 쓴 시가 바로 '귀천'이었다.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죽음을 두려워..

좋은시 2023.02.18

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

이헤인 나를 위로하는 날. 살다보면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하는 날이 있다.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출처 : 이해인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열림원, 2022. 🍎 해설 본의 아니게 실수할 때..

좋은시 2023.02.16

정현종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견딜 수 없네. 변화하고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치유법.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이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출처 : 정현종 시집, 『견딜 수 없네』, 시와 시학사, 2003. 🍎 해설 시인은 '견딜 수 없네'라는 동어반복의 운율 속에서 우리 인간들의 근원적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흘러가는 것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 있다가 없는 것..

좋은시 2023.02.13

안도현 겨울 숲에서

안도현 겨울 숲에서.이제 우리도 겨울 숲의 한 그루 나무가 서서 그대를... 겨울 숲에서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

좋은시 2023.02.11

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 1

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 1. 매일 이 시와 같은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그리스도 폴의 강 1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 ❄출처 : 구상 시집, 『그리스도 폴의 강』, 홍성사, 2009. 🍎 해설 *그리스도 폴: 카톨릭 성인의 한 사람. 힘이 장사인 그는 강에서 사람을 업어 건네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아기 예수를 업고 강을 건너다가 예수로부터 세례를 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스도 ..

좋은시 2023.02.08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너의 이름을 부르면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 ❄출처 : 신달자 엮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랑시 100선』, 북오션, 2012. 🍎 해설 이 시는 신달자 시인이 자신의 자작시 중에서 제일 아끼고 있는 시인 듯 하다. 시인이 엮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랑시 100선 중에 이 시를 골라 넣었기 때문이다. 이 시의 방아쇠는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

좋은시 2023.02.06

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좋은 시 별들은 따뜻하다. 지금은 별이 없는 시대이다. 희망의 따뜻한 별을 찾아 보도록 하자.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 창비, 1999. 🍎 해설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별을 바라볼 수 없다. 그 누구도 밤을 지나지 않고서는 새벽에 다다를 수 없다. 봄에 꽃을 ..

좋은시 2023.02.03

나태주 인생

나태주 좋은 시 인생. 우리 인생에는 화창한 날씨만 있는 게 아니다. 인생 /나태주 화창한 날씨만 믿고 가벼운 옷차림과 신발로 길을 나섰지요 향기로운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따라 오솔길을 걸었지요 멀리 갔다가 돌아 오는 길 막판에 그만 소낙비를 만났지 뭡니까 하지만 나는 소낙비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날씨 탓을 하며 날씨에 속았노라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좋았노라 그마저도 아름다운 하루였노라 말하고 싶어요 소낙비 함께 옷과 신발에 묻어온 숲 속의 바람과 새 소리 그것도 소중한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었으니까요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 해설 화창한 날씨만 믿고 먼 산의 오솔길을 걸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 소낙비를 만나 흠뻑 젖고 말았다. ..

좋은시 2023.02.01

마종하 딸을 위한 시

마종하 좋은 시 딸을 위한 시. 아들 딸 교육에 이정표가 되어 주는 시. 딸을 위한 시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 ❄출처 : 마종하 시집, 『활주로가 있는 밤』, 문학동네, 1999. 🍎 해설 딸뿐만 아니라 아들 교육에도 적용되는 시다. 요즈음엔 능력주의, 황금만능주의 시대라서 누구나 자신의 아들 딸들을 이 스펙에 맞추어서 교육하고 있다. 대체로 스카이 캐슬(SKY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한다. 또는 너는 의사가 되어라, 대기업 중역이 되..

좋은시 2023.01.29

양광모 좋은 시 인연

양광모 좋은 시 인연. 인연이란 무엇인가? 인연 /양광모 길을 걸어가는데 돌이 가로막고 있다면 잠시 그 위에 앉아 쉬었다 가면 되리 마차를 타고 가는데 돌이 가로막고 있다면 마땅히 그 돌을 치우거나 피해가야 하리 인연이란 이와 같은 것 선연과 악연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돌을 탓하지 말고 나를 돌아봐야 하리 🍒 ❄출처 : 양광모 시집, 『한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푸른길, 2021. 🍎 해설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 - 양광모 ❄출처 : 양광모 어록집, 『비상』, 푸른길, 2021. 길을 걸어가는데 돌이 가로막고 있다면 잠시 그 위에 앉아 쉬었다 가면 되리 인연이란 이와 같은 것 선연과 악연이 서로 다르지 않으니 돌을 탓하지 말고 나를 돌아봐야 하리

좋은시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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