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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97

양광모 고드름

양광모 좋은 시 고드름. 겨울꽃 고드름.새로운 비상의 암시. 고드름 /양광모 거꾸로 매달려 키우는 저것이 꿈이건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인데 물도 뜻을 품으면 날이 선다는 것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라는 것 겨울에 태어나야 눈부신 생명도 있다는 것 거꾸로 피어나는 저것이 겨울꽃이라는 것 🍒 ❄출처 : 양광모 시집,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 푸른길, 2021. 🍎 해설 시인은 고드름을 겨울꽃이라고 부른다.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으로 거꾸로 매달려 크는 겨울꽃이 고드름이다.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다. 누구나 춥고 괴롭고 쓸쓸한 겨울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겨울에만 거꾸로 매달려 핀 겨울꽃 고드름을 생각하면서 새로..

좋은시 2023.01.21

박목월 뻐꾸기

박목월 좋은 시 뻐꾸기. 인간의 허무감과 회한을 노래한 서정시. 뻐꾸기 /박목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이른 새벽에 깨어 울곤 했다. 나이는 들수록 한은 짙고 새삼스러이 허무한 것이 또한 많다. 이런 새벽에는 차라리 기도가 서글프다. 먼 산마루의 한 그루 수목처럼 잠잠히 앉았을 뿐…… 눈물이 기도처럼 흐른다. 뻐꾹새는 새벽부터 운다. 효자동 종점 가까운 하숙집 창에는 창에 가득한 뻐꾹새 울음…… 모든 것이 안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혹은 사람의 목숨도 아아 새벽 골짜기에 엷게 어린 청보라빛 아른한 실오리 그것은 이내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것은 이내 소멸한다. 이 안개에 어려 뻐꾹새는 운다. 🍒 ❄출처 : 박목월 시집, 『난·기타(蘭·其他)』, 신구문화사, 1959, 시인의 나이 43세 시...

좋은시 2023.01.19

나태주 여자

나태주 좋은 시 여자. 남자들이여, 여자를 정의해 보십시오. 여자 /나태주 여자라는 나무를 가슴 안에 숨겨서 키우는 날부터 남자는 몸이 야위어 간다. 어떤 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남자는 세상에서 다시 한번 태어나는 목숨이 된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앤드), 2021. 🍎 해설 여자가 생기면서부터 여자 때문에 기쁜 일이 많았지만 갈대 같고 여우 같은 여자 때문에 내 몸은 야위어 갔다. 나만 그런줄 알았더니 심성이 곱고 착한 시인도 그렇다니 작은 위로를 받는다. 여자 팔자는 남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대세다. 남자 팔자를 여자가 결정한다는 말은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어떤 남자들은 이런 유머를 즐기고 있다. “인명재천 人命在天이오 인명재처 人命在妻라.” 사람의..

좋은시 2023.01.17

양광모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좋은 시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묻어 둔 쓸쓸함이 있다.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 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있다면 가슴 터지..

좋은시 2023.01.15

복효근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좋은 시 목련꽃 브라자. 사춘기 소녀 딸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아빠의 마음. 목련꽃 브라자 /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 ❄출처 : 복효근 시집, 『목련꽃 브라자』, 천년의시작, 2005. 🍎 해설 까꿍 하면서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커서 딸은 브라자를 하고 있다. 목련꽃 같이 말랑말랑하면서도 고운 순백의 아름다움. 생명의 신비.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아버지의 놀랍고 대견한 마음을 담은 시다. 불쑥 커가는 딸아이의 성장의 기쁨과 내 곁은 떠나야 할 때가 되어간다는 아쉬움을 살짝 내비치고 있다. 봄의 전령사로서 ..

좋은시 2023.01.13

나태주 여행 1

나태주 좋은 시 여행 1.인생은 여행길이다. 한 번 뿐인 여행길에 사랑스런 여자를 만나면... 여행 1 /나태주 예쁜 꽃을 보면 망설이지 말고 예쁘다고 말해야 한다 사랑스런 여자를 만나면 미루지 말고 사랑스럽다 말해 주어야 한다 이다음에 예쁜 꽃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사랑스런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네 하루하루 순간순간 여행길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오직 한번 뿐인 인생이니까 🍒 ❄출처 : 나태주 시집,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알에이치코리아, 2017. 🍎 해설 이 시의 방아쇠는 ‘우리네 하루하루 순간순간 여행길’이다. 그렇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는 여행길이다. 예쁜 꽃을 보면 예쁘다고 말하고, 사랑스런 여자를 보면 사랑스..

좋은시 2023.01.11

김광섭 마음

김광섭 좋은 시 마음. 서울 중동고 교정에 이 시 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 이유는? ​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이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으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나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즈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 ❄출처 : 《문장》 (1939.6) 발표, 김광섭 시집, 『 마음 』, 중앙문화협회, 1949. 🍎 해설 인간은 누구나 일상생활의 번잡함에 얽매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어렵다. 이 시는 누구나 생각하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시는 마음을 호수의 물결에 비유하여 풀어 나간다. 심리적 갈등과 함께 파문을..

좋은시 2023.01.09

김소월 님의 노래

김소월 좋은 시 님의 노래. 소월의 애절한 사랑시와는 달리 이 시는 경쾌하다.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 ❄출처 : 김소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알에이치코리아 , 2020. 🍎 해설 김소월의 시는 7·5조의 정형시로서 호흡의 흐름을 통해 우리의 민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켰다. 이 시도 7·5조..

좋은시 2023.01.07

정지용 다알리아

정지용 좋은 시 다알리아. 다알리아 꽃은 요염한 여인의 모습이다. 다알리아 /정지용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악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야, 순하디 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나온 다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나오는 다알리아 🍒 ❄출처 : 정지용 시집, 『정지용 전집 1 시』, 민음사, 2016. 🍎 해설 시인은 다알리아 꽃을 성숙한 여인으로 그리고 있다. ‘시약시야, 네 살빛도 / 익을 대로 익었구나’에서 보듯이 다알리아 꽃은 살빛이 익은 새악시의 요염한 모습이다. 관능적이다 시인은 바로 반전을 일으킨다. 다알리아 꽃에게 ‘순하디순하여..

좋은시 2023.01.05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좋은 시 또 기다리는 편지. 사랑은 간절한 기다림이다.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 해설 이 시의 방아쇠는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는 구절이다. 표면상으로는 '사랑보다 '기다림'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대'에 대한 커다..

좋은시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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