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좋은 시 님의 노래. 소월의 애절한 사랑시와는 달리 이 시는 경쾌하다.
님의 노래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 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
❄출처 : 김소월,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알에이치코리아 , 2020.
🍎 해설
김소월의 시는 7·5조의 정형시로서 호흡의 흐름을 통해 우리의 민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켰다. 이 시도 7·5조의 정형시의 운률이 우리의 정서와 맞는다. 아름답다.
김소월의 만나고 떠나는 사랑의 원리를 통한 삶의 인식을 형상화한 시는 대체로 슬프고 쓸쓸하고 애잔하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런 느낌을 거의 주지 않는다. 경쾌하고 모차르트 음악과 같은 상쾌함이 있다.
마지막 연의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구절도 애절함으로 다루지 않았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임의 노래는 남김없이 잊고 만다는 반어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애절하지는 않고 경쾌하다.
그러나 유쾌한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우리 가슴을 젖게 만든다.
그리움의 아픔을 그린 소월의 다른 시와는 달리 이 시는 분명히 포스근하다. 감동의 다른 차원을 선물한 명시다.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