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좋은 시 새해 아침. 새해 아침에 새로운 다짐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
새해 아침
/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서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
❄출처 : 송수권 시집, 『 꿈꾸는 섬』, 문학과지성사, 1983.
🍎 해설
2023년 새해아침이다. 새해 아침에는 누구나 새해 계획을 구상하고 다짐을 한다. 이 시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잡을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외로웠습니까? 슬펐습니까? 억울했습니까?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습니까?” 시인이 묻는 이 질문들을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한스러운 서러움과 원통함과 답답함이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리게 하십시오’.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침묵과 같은 눈으로 내리게 하고’ 또 ‘두 줄로 금 긋듯 아픈 추억을 지워내 달라’는 시어로 ‘화해와 포용’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런 담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겠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할 것 같다.
“새해 아침은 /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라고 한 새로운 한해가 열리고 시작되었다. 여러분은 오늘 아침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되어 떨리는 가슴으로 새해에 간절히 바라는 몇 가지를 구상해 보시기 바란다.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서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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