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용악 슬픈 사람들끼리

무명시인M 2022. 12. 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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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 슬픈 사람들끼리.

이용악 좋은 시 슬픈 사람들끼리. 따스한 인정과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시.

슬픈 사람들끼리

/이용악

다시 만나면 알아 못 볼

사람들끼리

 

비웃이 타는 데서

타래곱과 도루모기와

피 터진 닭의 볏 찌르르 타는

아스라한 연기 속에서

목이랑 껴안고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

 

출처 : 1942년 작품, 이용악 시집, 오랑캐꽃, 아문각, 1947.

 

🍎 해설

*비웃: 청어

타래곱: 곱창

도루모기: 도루묵

 

일제 치하에서 우리 민족은 먹고 살기 위해서 북간도로 러시아 연해주로 유랑의 길을 떠나야 했다.

 

마지막 밤 그 슬픈 사람들끼리 종로 국일관이나 청진동 뒷골목 선술집에서 만났다. 내일이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남남이다.

 

그러나 청어 타는 냄새, 곱창 타는 냄새, 도루묵 타는 냄새가 나고 웃는소리가 들린다.

 

떠나는 사람, 고향에 남는 사람들 간의 헤어짐의 아픔 속에서도 따스한 인정은 흐른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각박해져 가는 요즈음 사람들 간의 따스한 인정,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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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면 알아 못 볼

사람들끼리

 

타래곱과 도루모기가 타는

아스라한 연기 속에서

목이랑 껴안고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다시 만나면 알아 못 볼 사람들끼리
비웃이 타는 데서 타래곱과 도루모기와
목이랑 껴안고 웃음으로 웃음으로 헤어져야
마음 편쿠나 슬픈 사람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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