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안도현 겨울 숲에서

무명시인M 2023. 2. 1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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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겨울 숲에서.

안도현 겨울 숲에서.이제 우리도 겨울 숲의 한 그루 나무가 서서 그대를...

겨울 숲에서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2002.

 

🍎 해설

이제 우리도 겨울 숲의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릴 때가 되었다. 겨울 나무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자신을 비운다. 참나무, 자작나무는 모든 것을 비우고 눈을 맞아들이 듯이 그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이 되어 서있을 때까지 그대를 한없이 기다린다는 시어가 함박눈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겨울은 계절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앞에 닥치는 시련과 고난일지도 모른다. 눈사람이 되어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결국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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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서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 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참나무 자작나무 첫눈이 내립니다
나는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 올 때는 천지 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눈사람이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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