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 1

무명시인M 2023. 2. 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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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 1.

구상 그리스도 폴의 강 1. 매일 이 시와 같은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그리스도 폴의 강 1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

 

출처 : 구상 시집, 그리스도 폴의 강, 홍성사, 2009.

 

🍎 해설

*그리스도 폴: 카톨릭 성인의 한 사람. 힘이 장사인 그는 강에서 사람을 업어 건네는 일을 했다. 어느 날 아기 예수를 업고 강을 건너다가 예수로부터 세례를 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스도 폴의 강 1의 뜻: 구상 시인은 강과 물을 유난히 사랑했던 시인이다. 아호를 관수재(觀水齋)라고 하고 강을 바라보는 일을 즐겨하였다. 실제로 그는 여의도에 살면서 한강을 바라다 보았다. 그는 그리스도 폴처럼 강을 회심의 일터와 사색의 장소로 삼고 그리스도 폴의 강이라는 연작시를 썼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강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진다. 자욱한 안개에 싸인 아침 강에서는 속세 세계와 피안이 구별되지 않는다. 속세 세계와 피안의 경계를 지우면서 세계를 허공으로 만들고 있다. 그 허공 속을 저어가는 나룻배는 신선의 경지다.

 

구불구불 휜 흰 백양목 가지에 앉은 검은 까치 한 마리, 여인네 속살 같은 물밑의 모래, 생래의 즐거움으로 노니는 잔 고기떼, 황금의 햇발에 부서지는 꿈결의 꽃밭.

 

태고의 신비를 품은 이런 강을 마음에 품고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면, 밥벌이 터에서도 '밥 먹는 짐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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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을 저어 가듯

태백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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