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마종기 우화의 강

무명시인M 2023. 6. 2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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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우화의 강.

마종기 우화의 강.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은 죽고 사는 일보다 더 무겁고 소중한 일이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

 

출처 : 마종기 시집, 마종기 시전집, 문학과지성사, 1999.

 

🍎 해설

마종기 시인은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이 죽고 사는 일보다 더 무겁고 소중한 일이라고 말한다. ‘우화의 강은 바로 우리 인생을 비유한 시라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넉넉하지 않으면 깊을 수가 없고 깊이가 없으면 넓을 수가 없는 것, 누구와 만나고 헤어짐이 연속되는 우리의 삶에서 그냥 그렇게 트이고, 흐르고, 섞여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자고 시인은 말한다.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은 수려한 강물처럼 은은히 흐르는 우정을 우리는 꿈꾼다.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은 수려한 강물처럼 가만히 믿어주고, 밀어 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우정이며, 그 우정과 사랑은 우리를 연결시켜 주고 있는 끈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 줄 것이다. 이러한 우정이 귀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시다.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가슴에 와 닿는 시어다.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친구들에게 시원하고 고운 사람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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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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