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허영자 완행열차

무명시인M 2023. 6. 2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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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자 완행열차.

허영자 완행열차. 우리 인생길의 여정에도 급행과 완행이 있다.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

 

출처 : 허영자 시집, 모순의 향기, 시인생각, 2013.

 

🍎 해설

이 시는 정신없이 쫓기듯 사는 현대인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성찰의 시다. 열차는 기나긴 철로 위를 달리지만 언젠가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우리 인생길도 언젠가 종착역에 도착한다. 그 여정에는 급행도 있고 완행도 있다. 세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급하게 달릴 때는 주변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지만, 속도를 늦추면 비로소 삶의 단면들이 하나씩 보인다.

 

시인은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 로 시작한다.

완행열차를 타면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이 주는 한가한 삶의 태도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끼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에서 자연이 주는 쓸쓸함의 미학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하마터면 모를 뻔"해서는 안된다.

여러분께서도 바쁜 일상샹활에서 잠시 완행의 여정을 마련하여 성찰의 결실을 얻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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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잇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나 모를 뻔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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