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무명시인M 2023. 8. 10. 05:27
728x90
반응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한국적 한을 노래한 유명한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출처 : 박재삼 시집, 춘향이 마음, 신구문화사, 1962.

 

🍎 해설

이 시는 꽤 유명한 서정시다. 이 시는 제삿날을 맞아 큰집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다가 노을에 젖은 가을 강을 바라보며 슬픈 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는 디자인이다. 이 시를 통하여 슬픔을 동반하는 우리 인간들의 삶의 본질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생의 유한성이라는 서러움을 한국적 정한 情恨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형식면에서도 '눈물나고나''보것네' 등의 종결어미에서 판소리 등의 전통적인 가락의 활용을 보여주고 있다.

 

1연에서 저녁노을에 물든 가을 강을 바라보며 친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2연에서는 큰집에 모이는 불빛과 해질녘 노을 진 강이 대조적 이미지로 제시되어 서러움의 정서가 심화한다.

 

3연에서는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근원적인 한()을 묘사하고 있다.

 

시인은 노을이 붉게 타는 가을 강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무상함과 서러움을 하나의 정화된 한국적 정한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서러운 사랑의 이야기는 한낱 소멸의 이미지에만 묶여 있지 않고, 울음이 타는 가을강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매개로 하여 삶의 근원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새로운 자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소리 죽은 가을 강은 한의 정서를 안으로 삭이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결국 한국인들은 아리랑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의 정서를 안으로 삭이면서 살아간다.

반응형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빝도 불빝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저것봐, 저것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0) 2023.08.15
유안진 밥해주러 간다  (0) 2023.08.12
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0) 2023.08.08
이해인 사랑의 사계절  (6) 2023.08.06
함민복 닻  (0) 2023.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