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무명시인M 2023. 8. 15.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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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더 큰 희망의 출로가...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몇 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

 

출처 : 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 2016.

 

🍎 해설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의 시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푸슈킨 시인은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잖아 기쁨의 날이온다고 그랬다. 그렇다면 조금쯤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 사람들은 그래서 아직도 이 시를 좋아한다.

 

세상에게 몇 번 속아보면 요령이 생긴다. 이제 다 끝이라고 생각될 때에도 가장 여린 초록이 보이고, 그 초록에서 바늘귀만 한 출구가 보인다. 늙은 채 오는 시간은 없다. 시간은 항상 새롭다. 우리가 사는 매 순간은 맨 처음이며 우리는 매일매일 여린 초록과도 같은 아침을 맞는다. 매일 아침 큰 가능성을 갖고 시작한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더 큰 희망의 세계로의 출로가 열린다. 확신을 갖자. 세상에게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고 마음을 굳게 먹는 게 낫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광야의 세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꿋꿋한 정신이다.

 

🌹송경동 시인

송경동 시인, 56세. 사진은 출판사 창비 제공.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내일을 여는 작가][실천문학]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고, 시집 꿀잠』『사소한 물음에 답함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천상병문학상, 고산문학대상, 5.18들불상 등을 수상했다.

 

어려선 소문난 악동이었다. 중학교 2학년 국어 시간에 봄비를 주제로 시를 써 오라 했다. 숙제니 할 수 없이 써냈는데 처음으로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그 칭찬이 고마워 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다. “작가가 되는 건 급하지 않다. 먼저 철저한 민주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해방 전후 시인 유진오 시인의 말이 멋져 지금껏 거리의 시인으로 살고 있다.

출처 : 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 2016, 작가 소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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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 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그 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기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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