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서정주 광화문

무명시인M 2023. 8. 2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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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광화문.

서정주 광화문.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상징 건축물.

광화문

/서정주

북악과 삼각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뒤에 얼골을 들고있는 누이처럼 서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앞에 다다렀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사람은 흔이 그 머리로부터 왼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하늘에 넘쳐흐르는 푸른 광명을

광화문 - 저같이 으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자도 드물다.

 

상하양층의 지붕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사이에는 신방같은 다락이 있어

아래층엣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같이 고우신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렸다.

 

고개 숙여 성옆을 더듬어가면

시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태고같고

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파르르 죽지치는 내 마음의 메아리. 🍒

 

출처 : 현대문학(1955.8) 수록, 서정주 시선, 정음사, 1956.

 

🍎 해설

*죽지 : 팔과 어깨가 이어진 관절의 부분. 여기에서 날개죽지는 광화문의 추녀가 하늘로 날아갈 듯 위로 치켜진 모양.

이 시는 광화문에서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 정신을 발견, 형상화한 작품이다. 우리 한국 민족의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고유한 안목으로, 광화문을 바라보고 노래한 시이다.

 

광화문의 거대한 지붕 뿌리가 사방에서 하늘을 향하여 솟아오른 것이나, 섬세한 버선 뿌리가 밖으로 맵시 있게 솟은 것은, 모두가 한국 사람들이 예로부터 광명과 그로부터 오기 마련인 평화와 안정을 사랑하고 희구하였다는 증좌라고 노래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광화문의 건축미에서도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민족의 정신을 발견해 낸 우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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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과 삼각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뒤에 얼골을 들고있는 누이처럼 서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앞에 다다렀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채의 소슬한 종교.

왼하늘에 넘쳐흐르는 푸른 광명을

광화문 - 저같이 으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자도 드물다.

 

상하양층의 지붕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옥같이 고우신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렸다.

북악과 삼각이 형과 누이처럼 어느새인지 광화문에 다다렀다.
광화문은 한채의 소슬한 종교
빛을 버선코에서까지도
광화문-저같이 으젓이 그 날개죽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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