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절, 그 언저리. 궁극적인 시대정신을 갈구한다.
절, 그 언저리
/김지하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
❄출처 : 김지하 시집, 『절, 그 언저리』, 창비, 2003.
🍎 해설
저항시인 김지하는 2000년대 초, 통도사로 백양사로 또 이름없는 절로. 스님을 만나고 한매(寒梅)도 만났다. 그리고 절 언저리 어느 곳에 그가 남겨놓은 삶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고. 사상탐험을 했다. 절을 돌며 쓴 시집이 ‘절, 그 언저리’였다. 이 시집은 공초문학상 2003년 수상작품이고 이 시는 그 시집의 표제시다.
이 시에 나오는 달마는 불교의 보살행의 하나요 ‘매화’와 ‘난초’는 유학의 군자도의 하나다. 그러나 시인은 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모습이다. 유학도 못 찾는다.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도 모른다.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자세를 우리는 볼 수 있을 뿐이다.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었다. 세상을 떠나는 날 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었다. 그는 주로 생명사상을 탐구했었다. 이 시에서는 생명사상쪽 보다는 문화정치학을 탐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시는 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시인의 처절한 시대정신의 탐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뭔가의 화두를 툭하고 던지고 있는 듯 하다.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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