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무명시인M 2023. 8. 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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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 포도· 잎사귀. 디자인과 이미지가 뚜렷한 유명한 서정시.

· 포도· 잎사귀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 덩굴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출처 : 장만영, 장만영 전집, 국학자료원, 2014.

 

🍎 해설

장만영 시인(1914~1975)은 전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우수 서정시인이다. 이 시는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마치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듯하다. 디자인과 이미지가 뚜렷하다. 고풍스러운 뜰, 밀물처럼 밀려와 앉아있는 달빛, 포도는 그 달빛을 머금어서 익어가는 듯하다. 어릴 적 친구인 순이를 가만히 불러 본다.

 

디자인과 이미지가 바뀔 때마다 우리 마음은 동해바다 물이 되기도 하고 푸른 가을 밤이 되기도 한다. 달빛에 익어 가는 포도가 되기도 하고 순이를 나직이 불러 보는 청년이 되기도 한다.

 

회색빛 도시생활에서 이런 자연의 낭만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신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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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 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동해 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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