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함민복 닻

무명시인M 2023. 8. 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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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닻.

함민복 닻. 서로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

/함민복

파도가 없는 날

배는 닻의 존재를 잊기도 하지만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

 

상처의 힘

상처의 사랑

 

물 위에서 사는

뱃사람의 닻

 

저 작은 마을

저 작은 집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게사, 2005.

 

🍎 해설

*닻밥: 닻이 박히는 물속 흙을 닻밥이라고 부른다. 닻밥이 모래나 너무 무른 뻘이면 닻이 끌린다. 닻밥은 약간 딱딱한 층을 가지고 있는 뻘이 이상적이다.

 

바다에 생계를 걸고 있는 어촌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닻에 의지한다. 언제 들이닥쳐 모든 것을 빼앗아갈지 모르는 풍랑, 그 거센 파도와 싸우며 상처를 다스리고 다시 서는 어촌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이며 서로서로가 서로를 꽉 잡아주는 닻밥이다.

 

그러므로 어촌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작은 집들이 유난히 정겨워 보인다.

 

어촌 사람들은 해질 무렵 만나서 마시는 술을 석양주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렇게 하루 동안 쌓인 서로에 대한 고마움,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시인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위대한 긍정의 힘을 발굴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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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

 

상처의 힘

상처의 사랑

 

물 위에서 사는

뱃사람의 닻

 

저 작은 마을

저 작은 집

배가 흔들릴수록 깊이 박히는 닻
배가 흔들릴수록 꽉 잡아주는 닻밥
상처의 힘 상처의 사랑
저 작은 마을 저 작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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