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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 33

신경림 겨울날

신경림 겨울날. 올 겨울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는 시. 겨울날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 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 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 ❄출처 : 신경림 시집, 『뿔』, 창작과비평사, 2002. 🍎 해설 시인은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이 하얗게 내려쌓인다고 노래한다.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 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든다고 노래한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다 보면 새벽 하늘에 희망의 초록별이 다닥다닥 붙는다고 노래한다. 누구나 살다 보면 반드시 겨울이 온다. 고통과 실패의 나날이 있다. 그러나 넘어지고 쓰러져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면 반드시 새벽이 오고 초록별들이 찾아와 빛난다. 눈부신 인생의 꽃..

좋은시 2024.01.11

오탁번 폭설

오탁번 폭설. 폭설이 내렸다. 해학과 풍자의 폭설 시. 폭설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좋은시 2024.01.10

김기택 사무원

김기택 사무원. 샐러리맨의 일생. 사무원 /김기택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장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손익관리대장경(損益管理臺帳經)과 자금수지심경(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

좋은시 2024.01.09

나태주 앉은뱅이꽃

나태주 앉은뱅이꽃. 긍휼의 정신을 가지라는 짧은 시.앉은뱅이꽃/나태주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해설직감적으로는 자연 위에 군림하지 말고 자연을 배려하고 자연을 아끼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면 앉은뱅이꽃처럼 낮은 곳에서 엎드려 사는 사람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짓밟지 말고 항상 긍휼(compassion)의 정신을 가지라는 아름다운 짧은 시다.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짧은 시 2024.01.08

브레히트 나의 머머니

베르톨트 브레히트 명언 나의 어머니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 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Of My mother/Bertolt Brecht Now she was gone out, they left her in the earth Flowers grow, butterflies overhead She, the light one, scarcely dented the earth How much pain was needed till she become so light! - Bertolt Brecht(1898~1956), 독일의 시인 겸 극작가, David C..

세계 명언 2024.01.07

나기철 칠월, 복도에서

나기철 칠월, 복도에서. 청소년은 전 세계의 희망이자 미래다. 칠월, 복도에서 /나기철 열여덟 살 여학생들의 앞가슴이 점점 부풀어오른다 뭐라 해도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 🍒 ❄출처 : 나기철 시집, 『올레 끝』, 서정시학, 2010. 🍎 해설 청소년은 한 나라의 희망이자 미래다. 나아가 전 세계의 희망이자 미래다. 전 세계의 희망인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인은 한 여자고교 칠월, 복도에서 제자 여학생들의 눈에 띄는 성장을 보고 이를 느꼈다. 🌹 짧은 시를 쓰는 이유 우리는 짧고 야무진 시를 쓰고자 합니다. 찰지고 단단한 시를 쓰고자 합니다. 그 몇 줄의 시행 속에 깊고 아득한 울림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시의 진면목과 마주서고자 합니다...

짧은 시 2024.01.07

반칠환 까치집

반칠환 까치집. 임대차 계약으로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지만...까치집/반칠환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 ❄출처 : 나태주, 반칠환, 서정춘, 윤효, 함민복, 『일편단시』, &(앤드), 2021. 🍎 해설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

짧은 시 2024.01.06

이해인 기차를 타요

이해인 기차를 타요. 겨울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기차를 타요/이해인우리 함께 기차를 타요 도시락 대신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길어지는 또하나의 기차가 되어 먼길을 가요 🍒 ❄출처 :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열림원, 2015. 🍎 해설기차 여행은 문화체험이다. 기차는 도시와 시골, 산과 바다를 잇는 길을 지나간다. 기차 여행은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겨울철에도 설국열차를 연상시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시인은 도시락 대신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 가보라고 노래한다. 가슴 시린 아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 순간은..

좋은시 2024.01.05

함민복 그늘 학습

함민복 그늘 학습. 마음공부를 하는 방법. 그늘 학습 /함민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 더 앉아 있어야겠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12. 🍎 해설 구약성경 잠언 16장 32절은 이렇게 말한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고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정복하는 자보다 낫다.” 그렇다. 행복과 불행도 모두 마음에 달려 있다. 뻐꾸리와 꾀꼬리 새소리는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부딪힌다.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일만 한 마음공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마음에서 서로 부딪히던 소리들도 그..

짧은 시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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