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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32

서윤덕 약손

서윤덕 약손. 마음이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약손/서윤덕당신의 체온 그대로가 내 몸에 약이 되었습니다 그 포근함이 그립습니다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보통 아픈 곳을 만지면 낫는다고 하여 어루만져 주는 손을 약손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마음이 아픈 일이 많이 생긴다. 이럴 때 가만히 손을 잡아주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고마운 사람들. 단 세 줄의 짤막한 구절로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각 기관에서는 시인의 짧은 시를 내거는 글판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도 종종 한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경동보일러의 “여보 아버님댁에 ..

짧은 시 2023.12.31

반칠환 삶

반칠환 삶. 유머가 있고 긍정의 힘이 있는 짧은 시. 삶 /반칠환 벙어리의 웅변처럼 장님의 무지개처럼 귀머거리의 천둥처럼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칠환의 짧은 시는 모순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집으면서도 웃음과 긍정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짧은 시도..

짧은 시 2023.12.30

복효근 어머니의 힘

복효근 어머니의 힘. 어머니의 힘을 생각하는 촌철의 시.어머니의 힘 /복효근어머니 비가 억수로 내려요 냅둬라 냅뒀다 비가 그쳤다 🍒 ❄출처 : 복효근 시집, 『꽃 아닌 것 없다』, 천년의시작, 2023. 🍎 해설이 시의 방아쇠는 ‘냅둬라’이다. ‘내버려 두어라’의 호남 사투리다. 어머니의 “냅둬라” 압축된 한 마디가 시를 살리고 있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데 네가 비를 멈추게 할 수 있는 게 뭐냐? 너 하고 싶은 일이나 계속 하라. 냅둬라. 어머니의 이 짤막한 한 마디에 어머니의 힘이 들어 있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네가 할 수 있는 일만 뚜벅뚜벅 해라. 세상사 많은 일들 중에는 냅둬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집착이 심해서 냅두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어머니..

짧은 시 2023.12.29

도종환 들국화 2

도종환 들국화 2. 마음을 힐링해 주는 시. 들국화 2 /도종환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 ❄출처 : 도종환 시집, 『사월 바다』, 창비, 2020. 🍎 해설 도종환 시인이 어렵고 외로운 시절에 쓴 시이다. 시인은 가을날 먼 산길에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만난다. 들국화는 봄꽃이 사람들의 관심과 박수를 받을 때 그 주변에 눈에 띄지 않고 머물러 있다. 그러다 먼저 핀 꽃들이 지고 황량하고 쓸쓸해진 들에 늦게 피어난다. 시인은 자신이 그런 들국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를 썼다. 그는 다른 친구들이 인정받고 두각을 나타낼 ..

짧은 시 2023.12.27

반칠환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해학과 통찰의 촌철의 시.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짧은 시 2023.12.26

양광모 인생 예찬

양광모 인생 예찬. 인생 명언과도 같은 짧은 시. 인생 예찬 /양광모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이 뛴다 가난이야 오랜 벗이요 슬픔이야 한 때의 손님이라 푸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 ❄출처 : 양광모 시집,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이름나무, 2013. 🍎 해설 인생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고, 조금씩은 부족한 아쉬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시인은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살자고 노래한다. 자연의 흐름에 자신의 삶을 맡겨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아가자는 뜻이다. 푸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산다. 인생을 불행이라는 감정으로 채색하기보다 삶을 긍정하는 희망의 감정으로 물들이면서 사는 인생 철학. 명언과도 같은 힘찬 시다. 살아 있어 좋구나 오늘도 가슴..

짧은 시 2023.12.25

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은 행운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바닥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

좋은시 2023.12.24

박참새 건축 <전문 및 해설>

박참새 건축 건축/박참새"파이드로스, 글에는 그림처럼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네.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 하지만 자네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그들은 무겁게 침묵만 지킨다네. 글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글이 지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자네가 그 내용이 알고 싶어 물어보면, 글은 매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줄 뿐이지." ㅡ 플라톤, 「파이드로스」 너는 생각한다. 너는 집을 짓고 싶다. 너는 집을 짓는다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너는 아주 기본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곧 결여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너에게는 자본이 없다. 너에게는 땅이 없다. 너에게..

좋은시 2023.12.23

함민복 짧은 시 성선설

함민복 성선설.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선설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님 배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우울씨의 1일』, 세계사, 1990. 🍎 해설 성선설과 성악설은 진부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주제다. 시인이 성선설을 주장하게 된 근거의 착상이 기발하다. 배 속의 아기들이 어머니 배 속에서 열 달 은혜 입는 것을 헤아려 보려고, 손가락 열 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내 손가락을 내려다보면서 이 손가락은 어머니의 은혜, 이 손가락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나쁘게 살 수가 없다. 이 논리가 성선설 주장의 근거다.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짧고 쉽지만 뇌리에 남는다.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

짧은 시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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