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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 33

조지훈 행복론

조지훈 행복론. 행복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행복론 /조지훈 멀리서 보면 보석인 듯 주워서보면 돌멩이 같은 것 울면서 찾아갔던 산 너머 저 쪽 아무데도 없다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혼자서 들여다 보며 가만히 웃음짓는 것 아아 ! 이게 모두 과일나무였던가 웃으며 돌아온 초가삼간 가지가 찢어지게 열매가 익었네. 🍒 ❄출처 : 조지훈, 『조지훈 전집』, 나남출판 , 1996. 🍎 해설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해멘다. 칼 붓세는 이렇게 노래한다. “산 너머 언덕 너머 먼 하늘 밑 행복이 있다고 말을 하건만. 아, 사람들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되돌아왔네 산 너머 언덕 너머 더 멀리에는 행복이 있다고 말을 하건만.” 조지훈 시인은 “행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 마음 속에 만들어..

좋은시 2024.01.31

노천명 감사

노천명 감사.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감사 /노천명 저 푸른 하늘과 태양을 볼 수 있고 대기를 마시며 내가 자유롭게 산보할 수 있는 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이것만으로 나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다. 🍒 ❄출처 : 노천명 전 시집, 『사슴의 노래』, 스타북스, 2020. 🍎 해설 괴테는 라는 제목의 시에서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마라.”, 이렇게 노래했다. 노천명 시인의 이 짧은 시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응축한 시다. 시인의 시적 재능은 탁월하다. 사실 저 푸른 태양을 볼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신의 발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면 충분히 행복한 것이다. 저 푸른 하늘과 태..

짧은 시 2024.01.30

최동호 돌담

최동호 돌담. 바람 많고 돌 많고 여자 많다는 제주도. 짧은 시. 돌담 최동호 제주 남풍 파도 타고 아무리 불어도 노래하던 처녀애들 치마끈 풀어야 돌담에 봄바람 난다 🍒 ❄출처 : 『서정시학 2023년 겨울호』, 서정시학, 2023. 🍎 해설 이 짧은 시에는 기승전결의 논리가 있다. 뒤집어지는 전복의 미학과 번뜩임의 섬광 사이에 통찰과 서정의 뿌리를 그대로 응축하고 있다. 돌 많고 바람 많고 여자 많다는 제주도 돌담에 봄바람 난다는 전복의 미학이 서정적 해학적으로 응축되어 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대중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길고 난해한 시 보다는 짧고 쉬운 시는 아무래도 대중성이 더 높다...

짧은 시 2024.01.29

문정희 편안한 사람

문정희 편안한 사람.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편안한 사람/문정희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오래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만큼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순간인 듯 바람이 부서지고 낮은 목소리로 다가드는 차 맛은 고뇌처럼 향기롭기만 하다 두 손으로 받쳐 들어도 온화한 찻잔 속에서 잠시 추억이 맴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의자가 되고 뜨거웠던 시간이 한 잔의 차처럼 조용해진 후에는...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햇살이 찾아드는 창가 편안한 사람과 차를 마신다 🍒 ❄출처 : 문정희 시집,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다』, 을파소, 1998. 🍎 해설해설남들에게 나는 과연 편안한 사람일까? 남들에게 나는 '오래전부터 거기 놓여 있는 의자만큼 편안한 사람'일까? ‘어김없이..

좋은시 2024.01.28

손택수 자전거의 연애학

손택수 자전거의 연애학. 판소리 가락의 유머 시. 자전거의 연애학 /손택수 홀아비로 사는 내 늙은 선생님은 자전거 연애의 창안자다. 그에 따르면 유별난 남녀 사이를 자전거만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일단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줄 알아야 혀 탈 줄 안다는 것, 그건 낙법과 관계가 있지. 나는 주로 하굣길에 여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점찍어 둔 가방을 낚아채는 방법을 썼어. 그럼 제깐 것이 별 수 있간디, 가방 달라고 죽어라 뛰어오겠지 그렇게만 되면 만사가 탄탄대로라 이 말이야. 지쳐서 더 뛰어오지 못하는 여학생 은근슬쩍 뒤에 태우고 유유히 휘파람이나 불며 달려가면 되는 것이지. 뒤에서 허리를 꼭 잡고 놓지 못하도록 약간의 과속은 필수항목이고, 그렇게 달려가다 갈대숲이나 보리밭이 나오면 어어어 브레..

좋은시 2024.01.27

백석 주막

백석 주막. 민족공동체의 삶을 그린 풍속화. 주막 /백석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은 언제나 맛있었다 부엌에는 빨갛게 질들은 팔(八)모알상이 그 상 우엔 새파란 싸리를 그린 눈알만한 잔(盞)이 뵈였다 아들아이는 범이라고 장고기를 잘 잡는 앞니가 뻐드러진 나와 동갑이었다 울파주 밖에는 장군들을 따라와서 엄지의 젖을 빠는 망아지도 있었다 🍒 ❄출처 :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 *붕어곰: 붕어를 졸여서 만든 붕어찜 팔(八)모알상: 팔각형의 개다리소반 장고기: 잔 물고기. 조그마한 민물고기. 울파주: 수수깡, 갈대, 싸리 등으로 엮은 울타리. 바자 울타리. 장날 주막 풍경을 향토색 짙은 언어로 그린 한 폭의 아름다운 풍속화다. 네 개의 영상 이미지가 떠 오른다. 첫..

짧은 시 2024.01.26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시련에 굴복하지않고 다시 시작한다. 자장면으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는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가차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신발도 누더기가 되어야만 길이 될 수 ..

좋은시 2024.01.25

김용택 세상의 길가

김용택 세상의 길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자.세상의 길가/김용택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배부릅니다 내 야윔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이 찝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 여자네 집』, 창작과비평사, 1998. 🍎 해설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사자성어다. 상대편의 처지나 형편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배부르고 부유한 것은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 굶고 있기 때문이며, 내가 살이 찐 것은 누군가 야위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런 생각들이 세상에 있으면 서러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으리라. 우리가 나눠야 ..

좋은시 2024.01.24

천양희 운명이라는 것

천양희 운명이라는 것. 자신의 운명을 자기가 개척할 수 있을까. 운명이라는 것 /천양희 파도는 하루에 70만번씩 철썩이고 종달새는 하루에 3000번씩 우짖으며 자신을 지킵니다 용설란은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한 꽃대에 3000송이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습니다 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560만송이의 꽃을 찾아다니고 낙타는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우는 새도 있고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새도 있습니다 운명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요 🍒 ❄출처 : 천양희 시집,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작가, 2003. 🍎 해설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은 자기 운명을 자기 자신이 만든다. 파도는 하루에 70..

좋은시 2024.01.23

반칠환 호도과자

반칠환 호도과자. 유머가 넘치는 짧은 시.호도과자/반칠환쭈글쭈글 탱글탱글 한 손에 두 개가 다 잡히네? 수줍은 새댁이 양볼에 불을 지핀다 호도과자는 정말 호도를 빼닮았다 호도나무 가로수 하(下) 칠십 년 기찻길 칙칙폭폭, 덜렁덜렁 호도과자 먹다 보면 먼 길도 가까웁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웃음의 힘』, 지혜, 2012. 🍎 해설*호도과자: 호두나무, 호두과자가 맞는 맞춤법이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

짧은 시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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