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무명시인M 2024. 1. 2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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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시련에 굴복하지않고 다시 시작한다. 자장면으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네가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는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가차가 소리 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신발도 누더기가 되어야만 길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사랑한 길과 사랑해야 할 길이 아침이슬에 빛날

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포옹, 창비, 2007.

 

🍎 해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실패가 따르게 되고 삶의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열심히 살아온듯했던 지난 날도 누더기일 뿐이다. 새들조차 내 머리에 똥을 싸며 나를 얕보고 있다. 몸은 약해져 쥐새끼같은 병균이 내 몸을 갉아먹고 있다.

 

재산이라곤 낡은 칫솔 하나 뿐이다.

 

그러나!!

 

다시 살아야 한다. 부러진 젓가락이라도 움켜 쥐고 먹다 만 단무지를 반찬 삼아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야겠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여러분도 좌절과 시련을 겪을 때, 그 시련에 굴복하지 말고 자장면을 곱빼기로 먹으면서 다시 살아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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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내가 사랑한 길과 사랑해야 할 길이 아침이슬에 빛날

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내 머리 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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