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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32

정희성 짧은 시 희망

정희성 짧은 시 희망. 희망은 절망 속에서 싹이 튼다. 희망 /정희성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 ❄출처 : 정희성 시집, 『돌아보면 문득』, 창비, 2008. 🍎 해설 어둠이 없으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 절망이 없으면 희망이라는 것도 없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서 싹이 튼다. 절망하는 자기 안에서 희망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만이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라. 거기에 희망의 별이 있다. 헤밍웨이는 바다와 노인에서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바로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상어와 싸워 비록 자신이 잡은 청새치의 살점은 모두 빼앗겼을망정 온갖 역경을..

짧은 시 2023.12.12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평전의 안도현 시인이 백석 시 중 가장 좋아한다는 명시.흰 바람벽이 있어/백석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김혜순 별을 굽다

김혜순 별을 굽다. 우리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별을 굽다/김혜순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 아침마다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밀물져 가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내는 분 계시겠지만 그분이 점지하는 운명의 별빛 지상에 내리겠지만 물이 쏟아진 듯 몰려가는 땅속은 너무나 깊어 그 별빛 여기까지 닿기나 할는지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

좋은시 2023.12.10

서봉교 짧은 시 첫눈

서봉교 짧은 시 첫눈. 유머와 풍자가 있는 첫눈 시. 첫눈 /서봉교 선전포고는 고사하고 목격자도 없이 밤새 기습적으로 내렸으므로 고로 너는 무효다 🍒 ❄출처 : 서봉교 시집, 『침을 허락하다』, 시로여는세상, 2019. 🍎 해설 유머와 풍자가 있다. 보통 첫눈이 오면 누구나 반가운 손님이 온 것처럼 좋아한다. 첫눈이 오는 순간 애인이 있으면 첫눈이 내린거고 애인이 없으면 첫눈은 무효다. 이 시는 첫눈을 전쟁이나 쿠데타에 비유하고 있다. 유머와 해학과 풍자, 아이러니 기법을 즐겨 구사하고 있는 시인의 개성이 잘 들어나고 있는 시다. 이 시와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이어령 교수는 마지막 수업에서 이렇게 말했다. “밤사이 내린 첫눈, 눈부신 쿠데타다. 잠자는 사이 세상이 바뀐 거지, 보통 쿠데타가 밤에 일어나..

짧은 시 2023.12.09

백석 짧은 시 백화

백석 짧은 시 백화. 백석 시인의 명시 중 하나. 백화(白樺)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 ❄출처 :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 * 백화(白樺): 흰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한자식 표현. 자작나무는 겉은 하얗지만 속은 검은 기름으로 가득하다. 온몸에 불이 붙으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라 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많이 보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만주나 북한 등 추운 북쪽 지방에서 잘 자란다. 남한에도 자작나무 숲이 드..

짧은 시 2023.12.08

김용택 짧은 시 첫눈

김용택 짧은 시 첫눈. 첫눈이 오면 첫눈에 반한 그 사람이 생각난다. 첫눈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출처 : 김용택 시집, 『그 여자네 집』, 창작과비평사, 1998. 🍎 해설 첫눈, 첫사랑, 첫키스. 모두 잊혀지지 않는다. 모두 아름답다. 첫눈이 오면 첫눈에 반한 그 사람이 생각난다. 올 겨울 눈이 오면 첫눈이 아니더라도 또한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를 떠 올려 그 사람과 차 한잔 나누시길 바란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참고 음악: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https://youtu.be/JLz_45m-30c?si=gWwuvqNwoDMwBK4t

짧은 시 2023.12.07

정용철 행복한 12월

정용철 행복한 12월. 12월을 긍적인인 모드로...행복한 12월/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 ❄출처 : 정용철, 『불량품』, 좋은생각, 2011. 🍎 해설12월이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쉽다, 세월이 무상하다, 외롭고 쓸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한 12월이라고 주장하는 시인이 있다. 새로운 시작인 1월을 맞이하면서 희망과 기쁨을 만들 수 있기 ..

좋은시 2023.12.06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에는 두 가지 시련이 따른다. 전쟁과 평화다.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도종환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출처 : 도종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 해설사랑은 평화보다는 투쟁의 감정..

좋은시 2023.12.05

나태주 짧은 시 별을 그대 가슴에

나태주 짧은 시 별을 그대 가슴에. 별을 찾아가는 것도 우리의 용기다. 별을 그대 가슴에 /나태주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사랑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왜 우리는 이런 작은 말에도 목이 메일까요? 그것은 마음속에 이미 사라진 별이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별빛 너머의 별』, 알에이치코리아, 2023. 🍎 해설 별빛 너머의 별.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나는 별은 별이 아니고 별빛이다. 그것을 우리가 별이라고 믿어주기 때문에 별이 되는 것이다. 별은 별빛 너머에 있다. 우리의 능력과 시간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있다. 그렇다고 별이 아주 없는 거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있어도 분명히 있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하다. 사..

짧은 시 2023.12.04

김경미 12월의 시

김경미 12월의 시. 올 한 해를 뒤돌아 보자.12월의 시/김경미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버리자 멋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과 뜻대로 고집했어야 했던 일 사이를 오가는 후회도 잊자 그 반대도 잊자 오래된 상처는 무딘 발뒤꿈치에게 맡기고 허튼 관계는 손끝에서 빨리 휘발시키자 빠르게 걸었어도 느리게 터벅였어도 다 괜찮은 보폭이었다고 흐르는 시간은 언제나 옳은 만큼만 가고 왔다고 믿자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 🍒 ❄출처 : 김경미 시집, 『카프카식 이별』, 문학판, 2020. 🍎 해설또 다시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서성이고 서 있다. 누구나 한 해를 뒤돌아 보게 된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은 과감하게 버리자. 세상엔 후회되는 일도 많다. 그러..

좋은시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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