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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에는 두 가지 시련이 따른다. 전쟁과 평화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출처 : 도종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 해설
사랑은 평화보다는 투쟁의 감정에 가깝다. 사랑과 미움이 교차한다.
사랑에는 두 가지 시련이 따른다. 전쟁과 평화다.
사랑은 좋은 것들, 기쁜 것들의 모음이 아니라, 좋음과 미움이 교차하는 생명체다. 사랑이란 그 대상이 곧 미워지고, 미워지기 쉽고, 미워질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지녔다. 그 대상이, 내가 아니므로, 나처럼 되지 않으므로 그렇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면 내 마음이 어리석었다고 곧 후회를 하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랑을 끈질긴 꿈으로 추구한다. 그것이 인간의 타고 난 운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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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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