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눈

무명시인M 2023. 11. 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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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눈.

신경림 눈. 눈이 오면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십니까?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 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 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 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야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서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는다 해도...🍒
 
❄출처 : 신경림 시집,『낙타』, 창비, 2008.
 

🍎 해설

눈의 계절이 시작된다. 눈은 꿈을 꾸게 만든다. 시인은 죽는 날이 되면 자신을 가두고 있던 몸에서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 나뭇잎이 되고 꽃이 되고 물과 바람과 별자리가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세상의 다양한 것들로 기쁘게 흩어졌다가 맨 나중엔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리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눈은 내리면서 곧 녹는다. 한갓 눈물 자국처럼 녹아 버린다 해도 아름답게 펄펄 부서지는 은가루 같은 눈의 꿈은 아름답다. 인생이 궁극적으로 허무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꿈을 꾸며 살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한갓 눈물 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우리는 서러워 하지 않아야 한다. 인생이 그런 것이므로...
 
삶에 대한 따뜻한 긍정이 포근한 눈송이처럼 느껴지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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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 나갈 테다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야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서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난 전속력으로 달려 나갈 톄다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야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서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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