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괜찮아. 살다보면 까닭없는 울음이 쏟아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은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교보생명 산하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지원을 통해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국 문학 시장에 출판되고,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6년, 해외 유명 작가들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영국의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가 이름이 워낙 유명하여 소설가인 줄로만 알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오늘, 그의 시를 소개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시 ‘괜찮아’는 매일 저녁 울음을 우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단편소설같은 플롯이 있다. 배고파서도, 아파서도 아니라 아무 이유도 없이 꼬박 세 시간을 우는 아이. 엄마는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아이를 안고 애태우며 묻는다. “왜 그래./ 왜 그래.”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그렇게 여러 밤이 흐른 뒤 엄마는 문득 말해본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라고. 그런데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춘다.
‘왜 그래’와 ‘괜찮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시는 ‘왜 그래’와 ‘괜찮아’의 이야기다. 이유 없이 우는 아이, 이유 있어 우는 아이는 쉰, 마흔의 내 안에도 있고, 서른의 당신 안에도 있다. ‘왜 그래’라는 말로는 그 울음을 결코 그치게 할 수 없다. 눈물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우는 이에게 '왜 그래?'라고 묻는 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묻지 않고, 그저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는게 때론 큰 힘이 될 수 있다.
살다 보면 까닭없는 울음이 쏟아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래’라고 자꾸 묻지를 말고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시기 바란다.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축하! 축하! 축하!
소설가 韓江의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이번 202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K팝, K드라마 영화, K문학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역사적 쾌거이고 국가적 쾌거이다. 작가 한강의 202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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