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반칠환 까치집

무명시인M 2024. 1. 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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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까치집.

반칠환 까치집. 임대차 계약으로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하지만...

까치집

/반칠환

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
 
❄출처 : 나태주, 반칠환, 서정춘, 윤효, 함민복, 『일편단시』, &(앤드), 2021.
 

🍎 해설

반칠환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독자들과 간명하게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시인의 자세는 감동적이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반칠환의 짧은 시는 모순이 많은 오늘의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집으면서도 웃음과 긍정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짧은 시도 웃음과 해학, 세태의 비판, 통찰과 시적 직관이 잘 디자인 되어 있다.
까치집은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한다. 그런데도 인간 사회에서 종종 발생하는 부실시공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인간 사회에서는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등 주택 임대차 계약으로 끊임없이 갈등이 발생한다.
 
모순이 많은 오늘의 사회 세태를 촌철의 시어들로 꼬집으면서도 웃음과 긍정을 잃지 않고 있다.
 
원래 이 시는 다음 시가 원본이다. 시인이 일편단시라는 시인들 공동 시집에서 이를 짧은 시로 압축하였다. 원문도 감상할만 하다.
 
까치집
/반칠환
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앙상한 겨울나무의 심장 속으로
주머니난로 같은 까치 식구들 드나든다
까치집 품은 나무는 태풍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까치들이 똑똑해서 튼튼한 나무만 고른다지만
나무들이 둥지를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것인지도 모른다
맑은 노래도 들려 주고, 벌레도 잡아 주는
까치가 고마워서 넘어질 수 없는 것이다
여름엔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엔 낙엽을 떨구어 햇살이 들게 해 준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출처 : 반칠환 시집, 『새해 첫 기적』, 지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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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접착제 하나 붙이지 않고,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구들장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지만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나무와 까치는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망치도 없고 설계도도 없다
생가지 하나 쓰지 않고 삭정이만 재활용했다
성근 지붕 새로 별이 보이는 밤이 길다
임대차 계약도 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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