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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40

신경림 좋은 시 정월의 노래

신경림 좋은 시 정월의 노래.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정월의 노래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출처: 신경림, 정월의 노래, 달 넘세, 창작과비평사, 1985 🍎 해설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신경림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시는 한 그루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심은 나무가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단 열매를 맺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보고도 그 기쁨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에요. 그런들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래도..

좋은시 2021.03.09

함민복 좋은 시 마흔 번째 봄

함민복 좋은 시 마흔 번째 봄.꽃 피는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봄시중 명시다. 마흔 번째 봄 /함민복 꽃 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출처: 함민복, 마흔 번째 봄, 꽃봇대, 대상, 2011. 🍎 해설 수 많은 봄시중 사랑받는 명시다. 피천득 시인은 봄을 이렇게 얘기했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 버리는 것만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고 하늘을 바라다 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피천득 수필 봄중에서) 피천득 시인의 말대로 봄이 올 때면 우리는 한 살을 더 먹는데에도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고 느낀..

좋은시 2021.03.08

곽효환 좋은 시 얼음새꽃

곽효환 좋은 시 얼음새꽃. 겨울 바위틈의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얼음새꽃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출처: 곽효환, 얼음새꽃, 지도에 없는 집, 문학과지성사, 2010. 🍎 해설 얼음새꽃(福壽草)은 자신이 작고 연약하다는 것을 안다.그래서 가을 일찍 동면에 들어간다. 오랫동안 잠으로써 몸에 열을 만들어 남들은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하..

좋은시 2021.03.07

이성부 좋은 시 봄

이성부 좋은 시 봄. 수 많은 봄 시중 사랑받는 명시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출처: 이성부, 봄,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95. * 시 원문에는 연 구분이 없다.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임의로 연 구분을 했다. 🍎 해설 봄을 ..

좋은시 2021.03.06

김종삼 좋은 시 어부

김종삼 좋은 시 어부. 이제껏 살아온 게 기적이다. 그 살아 온 기적이 그 무엇보다도 큰 밑천이다. 어부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출처: 김종삼, 어부,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79. 🍎 해설 우리 인생은 이 시의 시작과 같다.고깃배는 날마다 출렁거린다. 하루도 빤한 날이 없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어부는 화사한 날을 기다린다. 그 화사한 날이 오면 어부는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한다. 헤밍웨이는 바다와 노인에서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좋은시 2021.03.05

김용택 좋은 시 섬진강11-다시 설레는 봄날에

김용택 좋은 시 섬진강11-다시 설레는 봄날에. 지금 시의적절한 아름다운 시다. 섬진강 11-다시 설레는 봄날에 /김용택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곱게 지켜 곱게 바치는 땅의 순결. 그 설레이는 가슴 보드라운 떨림으로 쓰러지며 껴안을, 내 몸 처음 열어 골고루 적셔 채워줄 당신. 혁명의 아침같이, 산굽이 돌아오며 아침 여는 저기 저 물굽이같이 부드러운 힘으로 굽이치며 잠든 세상 깨우는 먼동 트는 새벽빛 그 서늘한 물빛 고운 물살로 유유히. 당신, 당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김용택, 섬진강11-다시 설레는 봄날에, 섬진강,창작과비평사,1985. 🍎 해설 김용택 시인의 특기인 아주 쉽고 아름다운 시어들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이 시는 특히 보드랍고 아름답고 산골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코..

좋은시 2021.03.04

도종환 좋은 시 단풍 드는 날

도종환 좋은 시 단풍 드는 날.나무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언제 버려야 할 때인지를 안다.그러나 사람은...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해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고 시인은 화두를 꺼냈다. 나뭇잎은 '제 삶의 이유' 였고 '제 몸의 전부'였다. 그런 나뭇잎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나무는 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나무의 삶의 절정이다. 그러나 인생사에서 버려야 할 것..

좋은시 2021.03.02

정현종 좋은 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좋은 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로도 느껴지는 시의적절한 명시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해설 시는 첫 마디에서 승부가 난다. 시는 뇌에서가 아니라 심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여기에서 승부가 났다. 정말 쉽고 감각적이고 함축적이다. 사람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노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 잡담하고 있는 것. 이러한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 그런 일상의 모습..

좋은시 2021.03.01

도종환 좋은 시 담쟁이

도종환 좋은 시 담쟁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이 때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좋은시 2021.02.27

도종환 좋은 시 깊은 물

도종환 좋은 시 깊은 물.깊은 물처럼 깊이가 있는 명시다.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 이 시냇가 여울을 ♬해설 한자성어로 대하무성(大河無聲) 대지약우(大智若愚)란 말이 있다. 큰 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하다는 말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하다. 물도 깊이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깊이가 있다. 겸허하지 못하고 큰 소리만 치는 그런 가슴이 얕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얕은 물에 고기가 살 수 없듯이..

좋은시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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