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좋은 시 깊은 물.깊은 물처럼 깊이가 있는 명시다.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 이 시냇가 여울을
<출처: 도종환, 깊은 물, 다시 피는 꽃,현대문학북스, 2001>
♬해설
한자성어로 대하무성(大河無聲) 대지약우(大智若愚)란 말이 있다. 큰 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듯하다는 말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하다.
물도 깊이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깊이가 있다. 겸허하지 못하고 큰 소리만 치는 그런 가슴이 얕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얕은 물에 고기가 살 수 없듯이. 결국 혼자 남게 된다.
깊은 물은 소리가 없다. 소리가 없고 물이 깊으니 자연스레 큰 고기들이 모여든다. 깊은 물은 잔잔하고 명상에 잠긴 것 같다. 항상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그 부족함을 채워 넣으려는 자신만의 각고의 명상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깊은 마음, 깊은 가슴을 갖기 위해 항상 노력하라.
<정호승 시인의 명상>
당신은 얼마나 깊은 물인가. 당신의 물에는 술잔 하나, 종이배 하나 뜨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당신과 나, 이렇게 분열되고 고통스러운 게 아닌가. 부디 당신의 가슴속에는 깊은 강물이 흐르기를. 그 강물에 큰 배가 뜨고, 그 배가 바다로 흘러가기를. 그 배를 타고 모든 이들이 평화롭기를.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발췌.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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