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도종환 좋은 시 담쟁이

무명시인M 2021. 2. 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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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좋은 시 담쟁이. 영차영차 담쟁이는 서로 응원하면서 벽을 함께 올라간다.

도종환 좋은 시 담쟁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이 때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시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출처: 도종환, 담쟁이,당신은 누구십니까,창작과 비평사, 1993.

 

🍎 해설

 

🌹 초점 해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이 때, 희망과 의지를 노래한 이 시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담벼락에 탁 붙어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깨를 기대어가며 또한 올라가자 올라가자 서로 응원해 가면서 절망을 넘어간다.

 

아무리 힘든 시련이라도 강한 의지와 함께라는 연대의식이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서정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명시다.

 

🌹 도종환 시인의 자작시 해설

 

해직(해직교사)된 후 살길이 막막했을 때였습니다. 기약 없는 미래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었을 때, 회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담쟁이였습니다. 흙 한 톨도 없고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벽에 살면서도 담쟁이는 저렇게 푸르구나! 생각했습니다.

 

자기만 살길을 찾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100개의 이파리와 손에 손을 잡고 더디지만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이파리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며 벽을 오르고,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담쟁이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나 혼자 살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이 어려운 벽을 헤쳐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벽을 벽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담쟁이처럼 벽을 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의 벽을 만났을 때 이 시를 썼고, 내가 쓴 시에서 내가 위안을 받으며 어려운 시절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들도 자기 생의 벽 앞에서 이 시를 읽고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도종환 시인의 언론 인터뷰에서 발췌. 도종환 시인은 자작시중 이 담쟁이를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담쟁이는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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