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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좋은 시 우리가 물이 되어

무명시인M 2021. 2. 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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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좋은 시 우리가 물이 되어.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강은교 좋은 시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시인의 명시중 하나다.흔히 우리는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출처: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허무집, 70년대 동인회, 1971>

 

🍎 해설

 

만남이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시인은 부드러운 물로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물이 아닌 불로 만나려 한다. 불의 열기는 뜨겁고 그 빛은 화려해서 종종 사람들을 매혹시키지만 불에 닿는 것은 파손을 면할 길이 없다.

 

시인은 불의 열정적인 힘이 지나간 뒤 물로 만날 것을 희망한다.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한 것을 불이 일소해 버린 뒤 물은 세상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새로운 창조를 기약한다. 거친 불 뒤의 물은 새로운 재생을 상징한다.

 

우리의 만남은 불을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물은 어떤 대립과 부정의 그런 불도 포용하는 관용과 사랑의 세계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는 일이 없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만 간다. 불을 겪더라도, 결국에는 우리가 서로에게 물이 되는 그렇게 만날 수는 없을까. 시인은 서정적인 시어로 물과 같은 깊은 포용과 관용의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흐르는 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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