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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39

백무산 좋은 시 정지의 힘

오늘은 백무산 시인의 좋은 시 정지의 힘을 감상해 보자.코로나 19 극복 응원 메시지로 들린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 해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파리 시민들이 제일 먼저 부순 건 바스티유 감옥과 시계탑이었다고 한다. 역사를 크게 바꾸려면 역설적으로 시계를 일시 정지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코로나 19로 세상이 정지해 있는듯한 이 어려운 시기에 이 시..

좋은시 2021.01.12

정현종 명시 방문객

정현종 시인의 명시 방문객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해설 우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을 '환대'하는 마음을 잃은 지 오래이다. 정현종 시인은 그런 환대를 잃어버린 마음에 '바람'이라는 시적 은유를 등장시켜 새롭게 길을 내려고 한다. 꽉 막힌 마음에 새 바람을 불어 넣길 원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는 젊을 때,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누구나 다른 ..

좋은시 2021.01.10

천양희 연말 좋은시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이 진 자리에 잎이 폈다고 너에게 쓰고 잎이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삶 풍화되었다 ☞해설 길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움츠린 어깨에 무력감, 두려움이 묵직하다. 꽃 피고 새 울면 코로나19가 물러가려나.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꽃소식은 아직 없다. 푸른 잎은 더욱 감감하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자연 속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믿고, 다가오는 새해 새봄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이 시처럼. -2020년 세모에

좋은시 2020.12.31

이준관 좋은 시 구부러진 길

이준관 좋은 시 구부러진 길. 인간미 넘치는 구부러진 길을 걸어가 보자.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해설 우리 인생은 시련과 고난..

좋은시 2020.12.23

정호승 좋은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좋은 시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해설 괴테는 일찍이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노래했다. 상처를 받아 본 적이 있는 자는 다른 이의 상처의 아픔을 이해할수 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더 큰 사랑과 긍휼의 정신을 품을 수 있다.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시인의 긍휼(compassion)의 시정신이 잘 표현되어 있는 우수작이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좋은시 2020.12.15

김사인 좋은 시 조용한 일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로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해설 2016년 가을,교보문고 광화문글판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걸렸다.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시인의 시 ‘조용한 일’을 이만큼 잘 해석한 글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광화문글판 이 시구로 암송해도 좋겠다.

좋은시 2020.12.10

서정주 미공개 시 조치훈 송시

서정주 미공개 시 조치훈 송시.서정주 시인이 조치훈 기성에게 친필로 써 준 귀중한 문학자료다. 송시 -조치훈 기성의 출발에 즈음하여 /서정주 하늘이 별을 두듯 바둑을 두는 사람 그 슬기면 어느 누구도 투구 벗어 오나니 이 나라의 또렷함을 그대가 밝혀 냈음이여 단군 할아버님의 빙그레한 웃음이 그대 있어 또 한 번 여기 밝게 밝게 비치이로다. 1983년 4월 미당 서정주 blog.naver.com›daegamgo 🍏해설 1983년, 일본 바둑계의 레전드 조치훈 기성에게 친필로 써 준 송시다. 1983년에 조치훈은 일본 3대기전인 기성,명인,혼인보 타이들을 동시에 석권했다. 서정주 시인은 바둑은 전혀 두지 못했다. 다만 후배 박재삼 시인이 어느 신문의 바둑 해설기자로 활약하고 있었기에 바둑 소식은 대충 알고 ..

좋은시 2020.12.09

이문재 좋은 시 농담

이문재 좋은 시 농담. 당신은 맛집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인가? 참으로 좋은 시이다. 이문재 시인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해설 맛집에 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때면 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은 마음. 우선 연인이 그 대상이리라.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친구,친지로 점점 넓어질 수 있는 시다. 사랑에 대하여 외로운 사람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해 놓고는, 자신의 이 ..

좋은시 2020.12.07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 들것네

'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 와 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 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래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_______________ *오~매:어머나의 전라도 사투리 *들것네:들겠네의 전라도 사투리 *장광:장독대 *골 붉은: 감잎 전체가 아니라 우선 골(잎맥)이 붉은 🍏해설 누이(누이동생)의 오~매 단풍 들것네의 시어 속에는 우선 계절 변화에 대한 처녀의 설레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뜻이 있다.누이는 추석이 되면 온갖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추수하기가 곤란하므로 누이가 추석 음식 장만 때문에 걱정할 것이다. 누이에 대한 애틋한 ..

좋은시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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