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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좋은 시 구부러진 길. 인간미 넘치는 구부러진 길을 걸어가 보자.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출처: 이준관, 구부러진 길, 부엌의 불빛, 시학,2005>
🍏해설
우리 인생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사실은 구부러진 길이었다.
빽빽한 아파트와 직선으로 난 도로에 익숙한 우리에게 인간미 넘치는 구부러진 길은 잠시 삶의 소중한 가치와 여유를 되돌아 보게할 것이다.
앞만 보고 직선에서 살던 사람들은 이제 곡선을 한 번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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