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천양희 연말 좋은시 너에게 쓴다

무명시인M 2020. 12. 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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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꽃이 보고싶다.꽃이 필거라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이 진 자리에 잎이 폈다고 너에게 쓰고

잎이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삶 풍화되었다

 

<천양희, 너에게 쓴다, 그리움은 돌아 갈 자리가 없다,작가정신,1998>

☞해설

길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움츠린 어깨에 무력감, 두려움이 묵직하다. 꽃 피고 새 울면 코로나19가 물러가려나.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꽃소식은 아직 없다.

푸른 잎은 더욱 감감하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자연 속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믿고,

다가오는 새해 새봄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이 시처럼.

-2020년 세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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