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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이 진 자리에 잎이 폈다고 너에게 쓰고
잎이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삶 풍화되었다
<천양희, 너에게 쓴다, 그리움은 돌아 갈 자리가 없다,작가정신,1998>
☞해설
길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움츠린 어깨에 무력감, 두려움이 묵직하다. 꽃 피고 새 울면 코로나19가 물러가려나.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 꽃소식은 아직 없다.
푸른 잎은 더욱 감감하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자연 속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믿고,
다가오는 새해 새봄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이 시처럼.
-2020년 세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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