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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좋은 시 농담. 당신은 맛집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인가? 참으로 좋은 시이다. 이문재 시인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출처: 이문재, 농담, 이문재 시집-제국호텔,문학동네, 2004>
🍏해설
맛집에 왔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될 때면 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은 마음. 우선 연인이 그 대상이리라.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친구,친지로 점점 넓어질 수 있는 시다.
사랑에 대하여 외로운 사람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해 놓고는, 자신의 이 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톤(tone)을 갑자기 낮춘다.그래서 시인은 이 시의 제목을 농담이라고 붙였는가.
강하다는 건 가장 외롭다는 말의 다른 이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온 몸으로 종을 울리는 일과 같다.종메(종을 치는 나무)가 없으면 종은 종소리를 낼 수 없다.
종메는 나무요 종은 쇠다.종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메는 얼마나 아프겠는가.
범종이 아무리 웅장해도 종메의 희생 없이는 웅숭깊은 소리가 나질 않는다.
연말이다.‘뎅 뎅 뎅’내 안에서 울리는 작은 범종소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멀리 멀리 보내 보도록 하자.이 시를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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