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곽효환 좋은 시 얼음새꽃

무명시인M 2021. 3. 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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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 좋은 시 얼음새꽃.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곽효환 좋은 시 얼음새꽃. 겨울 바위틈의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얼음새꽃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출처: 곽효환, 얼음새꽃, 지도에 없는 집, 문학과지성사, 2010.

 

🍎 해설

 

얼음새꽃(福壽草)은 자신이 작고 연약하다는 것을 안다.그래서 가을 일찍 동면에 들어간다. 오랫동안 잠으로써 몸에 열을 만들어 남들은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땅을 녹여 꽃대를 올리고 피어난다.

 

잔설에 덮인 골짜기와 삭풍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노오랗게 피어난 얼음새꽃은 땅 속에서 따숩게 데운 몸으로 눈을 녹이고 흙을 밀며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며 홀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힘센 존재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존재가 진정 강하다. 그 속에는 남에게 과시하지 않는 강인한 인내와 각고의 노력이 있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눈과 얼음으로 상징되는 코로나19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얼음새꽃처럼 또한 그 얼음새꽃이 우리 모두였으면 좋겠다는 믿음을 갖고 새 봄을 마중나가자.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들꽃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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