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좋은 시 어부. 이제껏 살아온 게 기적이다. 그 살아 온 기적이 그 무엇보다도 큰 밑천이다.
어부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출처: 김종삼, 어부,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79.
🍎 해설
우리 인생은 이 시의 시작과 같다.고깃배는 날마다 출렁거린다. 하루도 빤한 날이 없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어부는 화사한 날을 기다린다.
그 화사한 날이 오면 어부는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한다. 헤밍웨이는 바다와 노인에서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바로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어부는 바로 희망을 잃지 않는 그 노인 어부가 되고자 한다. 상어와 싸워 비록 자신이 잡은 청새치의 살점은 모두 빼앗겼을망정 온갖 역경을 헤치고 돌아온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노인 어부의 희망도 독백으로 말한다. 마지막 꿈도 남에게 으시대는 것이 아니라 중얼거림으로 나타난다. 바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중얼거린다. 한없이 겸허하고 욕심이 없는 삶의 자세인가.감동이 온다.
결국 시인의 노래처럼 우리 인생은 파도에 출렁이고 때론 풍랑을 만날 때도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다 보면 일상의 기적이 찾아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고단한 현실이지만 내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새 봄을 희망차게 맞이하자.
살아 온 기적이 나의 새파란 한 밑천 아닌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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