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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66

유치환 명시 행복

유치환 명시 행복. 연애편지에 꼭 베껴쓰던 명시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리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

김현승 명시 가을의 기도

김현승 명시 가을의 기도. 국민애송시다.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로 선정하였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출처 : 김현승, 가을의 기도, 문학예술 1956년 11월호에 발표, 김현승 시선집, 민음사. 2005. 🍎 해설 오늘은 9월 1일이다. 해마다 9월이 오면 국민들은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다시 한번 읽어 본다. 이 시는 홀로..

노천명 명시 사슴

노천명 명시 사슴. 노천명 시인의 대표작이자 국민 애송시다.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한다.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 ❄출처 : 노천명, 사슴(1938), 노천명 처녀시집 산호집, 천명사, 1938. 🍎 해설 사슴의 향수를 균형 잡힌 형태와 절제된 시어로 형상화한 우수 서정시다. 과장이 없는 군형감과 안정감을 준다. 첫 행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가 이 시의 방아쇠다. 사슴이라는 이 명시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슴이 고고한 긴 목..

이상화 명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명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오늘은 광복절이다. 해마다 광복절이 오면, 국민들은 이상화 시인의 이 시를 다시 한번 읽는다. 그만큼 사랑을 받는 명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서정주 명시 무등을 보며

서정주 명시 무등을 보며.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한다. 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출처 : 서정주, 무등을 보며, ..

정읍사 백제시대 명시

정읍사 백제시대 명시.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로 선정하였다. 정읍사 /백제시대 정읍 행상 아낙네 지음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데를 드대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가논 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 후렴구임. ❄출처 : 악학궤범(1493년, 조선 성종) 🍎 해설 달아 높이좀 돋으시어 어기야차 멀리좀 비치게 하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기야차 진 곳을 디딜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 것이나 다 놓고 계십시오 어기야차 나의 가는 마중길에 저물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는 ..

한용운 명시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명시 나룻배와 행인.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출처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시집 님의 침묵, 푸른생각, 2019. 🍎 해설 경어체를 사용, 대화를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시는 우선 안..

윤선도 명시 오우가

윤선도 명시 오우가. 이 블로그는 윤선도 시인의 오우가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오우가 /윤선도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 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주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많노매라 깨끗하고도 그칠 이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않을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가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그로 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

박두진 명시 해

박두진 명시 해.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

이육사 명시 청포도

이육사 명시 청포도.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출처 : 이육사, 청포도, 시집 이육사 청포도, 문지사, 1986. 🍎 해설 오늘은 7월 1일이다. 해마다 7월이 되면 국민들이 생각해 보는 국민 애송시다. 리듬이 좋고 간결한 시어들과 좋은 시적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서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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