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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66

이육사 명시 광야

이육사 명시 광야. 오늘은 광복절이다. 광복절이 오면 꼭 다시 감상하고 싶은 명시다. 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출처 : 1939년 이육사 지음, 해방 후 이육사의 동생인 이원조가 1945년 12월 17일 '자유신문‘에 발표. 🍎 해설 오늘은 8.15 광복절이다. 일제강점기의 대표 저항 시인인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감상한다. 이 시는..

서정주 명시 화사

서정주 명시 화사. 서정주 시인의 초기 작품이자 대표작 중의 하나. 화사(花蛇) /서정주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김상용 명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명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 왜 사십니까? 왜 사냐건 웃지요.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출처 : 문학 2호(1934년) 수록, 김상용 시집, 『남으로 창을 내겠소』,숨쉬는행복, 2018. 🍎 해설 김상용 시인(1902~1951년)의 대표작이다. 자연과 전원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고 있다. 무욕과 안분지족의 생활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왜 왜 사냐건 웃지요.’로 유명하다. “왜 사냐건 웃지요”에서 ‘웃음’의 표면적인 의미는 ‘삶’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피하고 그저 웃어넘긴다는 것이다. 현실에..

박용철 명시 떠나가는 배

박용철 명시 떠나가는 배. 정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고뇌.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ㄴ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출처 : 창간호(1930.3)수록, 박용철 시집, 『박용철 전집1시집』, 깊은샘, 2004. 🍎 해설 일제 강점기 하에서 젊은이들은 정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

김동환 명시 웃은 죄

김동환 명시 웃은 죄. 여러분도 그런 죄 가끔은 짓고 살기를 바란다. 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 ❄출처 : 조선문단 1927.1 발표, 신세기 1938년 3월 수록, 김희보 편저, 『한국의 명시』, 종로서적, 1980. 🍎 해설 한 편의 연애소설이 6줄의 짧은 시로 탄생하였다. 민요조의 운률과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명시다. 일제 강점기 한 시골마을의 공동 우물이다. 박 바가지로 물을 긷는다. 한 남성 나그네가 샘물에서 물긷는 시골 처녀에게 지름길을 묻길래, 알려주었다. 그리고 물 한 모금 청하길래, 처녀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샘물 한바가지 떠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

조지훈 명시 승무

조지훈 명시 승무. 한 폭의 그림 같다. 조지훈 시인을 대표하는 명시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출..

김기림 명시 나비와 바다

김기림 명시 나비와 바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이 이미지가 선명한 서정시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출처 : 1939년에 발표. 김기림 시집 시집, 『바다와 나비』, 신문화연구소, 1946. 🍎 해설 193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흰 나비와 푸른 바다의 선명한 색채의 대비가 돋보인다. 일렁이는 바다를 ‘청(靑)무우밭’에 비유한 구절이 눈에 띈다. 나비의 허리에 걸린 “새파란 초생달”이 산수화 한 폭 같다. 선명한 이미지다, 푸른색에 속아 무밭인 줄 알고 멋모르고 ..

정지용 명시 백록담

정지용 명시 백록담. 향수와 함께 정지용 시인의 2대 명시 가운데 하나다. 백록담 /정지용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

조병화 명시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명시 해마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봄처럼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셨다.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출처 : 조병화 시집, ..

김동명 명시 파초

김동명 명시 파초. 남국식물 파초를 통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독립의지를 형상화한 명시. 파초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출처 : 1936년 1월 『조광(朝光)』에 발표. 김동명 시집, 『파초』, 함흥출판사, 1938. 🍎 해설 남국식물 파초를 통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독립 의지를 형상화한 시다. 시인은 남국이라는 조국을 떠나와 살고 있는 파초의 모습을 그리면서, ‘파초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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