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서정주 명시 화사

무명시인M 2022. 7. 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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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명시 화사. Source; www. pixabay. com

서정주 명시 화사. 서정주 시인의 초기 작품이자 대표작 중의 하나.

화사(花蛇)

/서정주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

 

출처 : 서정주 시집, 화사집,낭만서고,1941, 이 초판본 진본은 1억원에 거래되었다.

 

🍎 해설

*꽃대님: ‘대님은 한복 바지를 입은 뒤, 바짓가랑이 끝을 접어서 졸라매는 끈. 뱀의 길이와 비슷할 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것이므로 화사를 꽃대님 같다로 표현한 것 같다.

 

이 시는 서정주 시인의 초기 작품이면서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이 시는 보들레르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 보들레르의 악마주의 탐미주의와 서정주의 토속적인 원시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인간의 증오의 대상인 꽃뱀을 통해서 관능의 유혹과 죄의식을 그리고 있다.

성경에서 등장하는 뱀은 관능적인 유혹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인간 원죄의 상징이다. 뱀을 돌팔매질하면서 따라가는 것은 뱀에 대한 혐오와 함께 관능적인 유혹에 번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물 난 색시 순네 몸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청년의 욕망. 일순간 억제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분출되는 성적 욕망. 이에 대한 죄의식으로 몸부림치는 한 청년의 고뇌와 갈등을 감성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거친 육성을 간간이 사용하면서도 절제와 언어미학을 추구한 탐미적인 작품이다. 탐미가 예술의 전부는 아니지만, 탐미 없는 예술은 싱겁다. 이 시는 탐미가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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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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