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 명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 왜 사십니까? 왜 사냐건 웃지요.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출처 : 문학 2호(1934년) 수록, 김상용 시집, 『남으로 창을 내겠소』,숨쉬는행복, 2018.
🍎 해설
김상용 시인(1902~1951년)의 대표작이다. 자연과 전원에서의 삶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고 있다. 무욕과 안분지족의 생활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는 ‘왜 왜 사냐건 웃지요.’로 유명하다. “왜 사냐건 웃지요”에서 ‘웃음’의 표면적인 의미는 ‘삶’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피하고 그저 웃어넘긴다는 것이다. 현실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인생 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원회귀의 인생 태도를 가지게 된 외적 요인으로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수난과 현실 상황이 지적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1930년대 중반 유행처럼 번지던 모더니즘 시 세계를 비판, 나름대로의 한국적, 동양적 생활철학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재홍 교수의 해설
왜 사냐건 그냥 웃지요
봄이 왔습니다.
창을 열면 초록 숲의 바다가 밀물져 들어옵니다.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다시 한 해 농사일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세상사 부질없는 명리 다 벗어던지고
대지에 든든히 발을 딛고 괭이질을 시작해야겠습니다.
괭이를 치켜올리면 아침해가 반짝 괭잇날에 부딪혀
가슴을 황금빛 희망으로 물들여 줍니다.
괴로운 일, 슬픈 일, 다 놓아 버리고
그 누구가 왜 사느냐 물으면 그냥 웃음으로 대답하면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겠습니다.
이 봄엔,
이 눈부신 봄날에는 말입니다.
❄출처 : 김재홍, 『작은 꽃들이 보고 싶을 때』,문학수첩,2003.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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