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한용운 명시 나룻배와 행인

무명시인M 2021. 7. 1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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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명시 나룻배와 행인. Photo Source; www.unsplash. com

한용운 명시 나룻배와 행인.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출처 :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시집 님의 침묵, 푸른생각, 2019.

 

🍎 해설

경어체를 사용, 대화를 나누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시는 우선 안정감을 준다.

나와 당신의 관계를 나룻배와 행인으로 설정, 참된 사랑의 본질은 희생과 믿음, 그리고 인내라는 것을 아름답게 형상화하였다.

 

정치학계와 역사학계에서는 이렇게 해석한다.

나룻배는 조국을 잃어버린 우리 민족, 행인은 조국으로 우리 민족은 조국 광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불교계에서는 이렇게 해석한다.

나룻배는 부처, 행인은 중생으로 부처는 중생이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흙발로 자신을 짓밟더라도 참고 또 참는다고 해석한다.

 

그런 면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나룻배와 행인일지도 모른다.

 

🌹 나태주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여성의 목소리로 되어 있다. 그것도 인내심 많은 조선 여인네의 굴종에 가까운 삶의 형태를 표방하는 그런 여성의 목소리로 되어 있다. 나와 당신의 관계 설정부터가 그렇다. ‘는 나룻배이고 당신은 행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룻배인 나는 당신 앞에 온갖 고달픈 일과 삶의 노역을 자청한다.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가는 일이 그것이다.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마다하지 않고 건너가는 소임이 그것이다.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는 데도 말이다.

 

만약 당신이 아니 오시면어떻게 하나? 그래도 나는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겠다는 고백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는 날마다 날마다 낡아간다는 것이다. 아름다운면서 안쓰러운 상상의 세계이다.

 

얼핏 연애시처럼 읽혔다. 하기사 한용운 선생의 모든 시들이 연애시처럼 읽힐 가능성이 있다. 나를 '나룻배'로 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당신을 '행인'으로 표상한 그것이 영락없이 연애하는 사람들의 끌고 당김의 과정처럼 보인다.

 

실은 이 시 속에 나라 잃은 백성이 나라의 독립을 애타게 기다리며 기원하는 뜨거운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몰랐다. 더구나 수행자의 수행과정이 또 이중으로 오버랩되어 있다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다.

 

한 시절 일본인들에 의해 나라의 주권을 상실했던 우리로서 만해 선생 같은 시인 한 분 우리에게 있었음이 얼마나 커다란 자존이며 위안이겠는가!

- 나태주 문학원장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2012.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Photo Source; www.unsplash.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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