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진 명시 해.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출처 : 박두진, 해, 박두진 시 전집 1, 홍성사, 2017.
🍎 해설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대표작이자 국민 애송시다. 이 시가 무엇보다도 희망으로 가득차 있는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달밤에 쓰여졌다. 달밤은 슬픔과 고통, 절망을 상징한다. 시인은 달밤이 싫다고 몇 번이나 외친다. 그리고 이런 어둠을 살라 먹는 해가 솟기를 열망한다.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가 솟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해가 솟아오른 아침이 독립일 수도 있고 나의 소망이 이뤄진 순간일 수도 있다.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 도래에 대한 꿈을 아름다운 시어와 리듬으로 형상화하였다.
그러나 이 시는 통합의 세계에 대한 염원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청산에서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해야, 고운 해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통계에 의하면,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 세계 2위다. 터키가 세계 1위인데 종교 갈등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실질적으로는 세계 갈등 1위다.
진영논리로만 밤낮없이 싸우는 정치 갈등, 골이 더 깊어져만 가는 소득격차 갈등, 고질적인 지역 갈등, 정보격차(digital differential) 갈등...
시인이 이 시에서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청산 사슴 칡범 꽃 새와의 상생의 세계, 통합의 세계를 조용히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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