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명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출처: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원본 김영랑 전집, 한국문화사, 1997.
🍎 해설
이 시는 한국 서정시의 대표작이자 국민 애송시다. 김영랑 시인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린 섬세한 시적 에스프리를 개척하였다. 그 중에서도 이 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어와 섬세한 감각적 표현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산골의 잔잔한 시냇물이 흘러가는 시어와 리듬은 정말 아름답다. ~같이와 ~싶다로 끝나는 운률은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감미롭다. ‘햇발’, ‘샘물’, ‘물결’, ‘하늘’같은 시어들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정경이거나 작은 소망들이다.
시인은 돌담에 쏟아지는 따스한 봄 햇살을 사람의 조용한 속삼임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풀 아래 맑은 샘물이 흐르는 것을 사람의 잔잔한 웃음이라고 보았다. 이와 같은 사람들간의 다정하고도 잘 어울리는 관계를 보고 나도 하늘을 향해 서고 싶다고 노래했다. 시인이 일제 치하에서 고생하고 있던 국민 한 사람, 한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부드럽게 다가가는 마음 그리고 시인이 아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그런 마음이 오늘날에도 가슴에 와 닿는다.
여러분, 코로나19로 지치셨죠. 이 시를 읽고 오늘 하루 에머랄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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