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이육사 명시 청포도

무명시인M 2021. 7. 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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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명시 청포도. Photo Source ; www. pixabay. com

이육사 명시 청포도.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출처 : 이육사, 청포도, 시집 이육사 청포도, 문지사, 1986.

 

🍎 해설

오늘은 71일이다. 해마다 7월이 되면 국민들이 생각해 보는 국민 애송시다. 리듬이 좋고 간결한 시어들과 좋은 시적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서정시이기 때문이다.

 

청포도, 하늘, 푸른 바다, 청포라는 푸른 빛깔 즉 희망, 미래와 흰 돛단배,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이라는 흰 빛깔 즉 순결, 순정을 아름답게 결합시켜 놓았다.

주저리주저리알알이라는 반복어도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장에서 익어가는 청포도에는 마을의 아름다운 전설과 함께 하늘의 꿈꾸는 미래가 알알이 박혀있다. 꿈꾸는 미래, 청포를 입은 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는 타향에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다. 손님이 고장에 찾아오면 그와 함께 청포도를 먹고 싶다. 은쟁반에 담긴 청포도를 두 손이 적셔질 정도로 함께 먹다가 하얀 모시 수건으로 손을 닦을 것이다. 시인은 지금 그 하얀 모시 수건 즉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는 대목을 사람들이 독립이라는 미래를 애달프게 기다리는 마음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 시인 이육사

이육사(李陸史 1904~1944, 향년 40)는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이다. 평생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을 했다. 의열단에 가입하여 활동했고 중국 항일 특수부대원 군사학교도 졸업했다. 독립운동으로 도합 17회나 투옥되었다.

 

본명은 이원록. 이육사(李陸史)라는 아호 겸 필명도 항일 독립운동을 상징한다.그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받은 죄수번호가 264번이었다. 형무소 간수들은 이름대신에 그를 264라고 불렀다. 二六四번을 李陸史로 사용함으로써 언제나 독립운동을 생각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하였다.

워낙 독립운동에 매진했기 때문에 그가 남긴 시 작품은 30편이지만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다.

자신의 시작활동에 대한 생각은 계절의 오행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나는 이 가을에도 아예 유언을 쓰려고는 하지 않소. 다만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오. 행동은 말이 아니고, 나에게는 시를 생각한다는 것도 행동이 되는 까닭이오.”

 

중국에서 일시 귀국한 1943, 시인은 동대문경찰서 고등계 형사에게 체포되어 북경으로 압송되었다. 시인이 19441, 북경 소재 일본 총영사관 특수감옥에서 조국 광복을 불과 17개월 앞두고 40세의 나이에 옥사한 것은 실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Photo Source ;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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