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이상화 명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무명시인M 2021. 8.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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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명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Photo Source: www.pixabay.com

이상화 명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오늘은 광복절이다. 해마다 광복절이 오면, 국민들은 이상화 시인의 이 시를 다시 한번 읽는다. 그만큼 사랑을 받는 명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출처: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개벽(開闢)6월호에 발표

 

🍎 해설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비참한 심정이 표현되었다.

식민지치하의 대표적인 저항시이다. 국토를 빼앗긴 식민지하의 민족현실을 빼앗긴 들로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들을 빼앗긴 지금 봄이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참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하는 걸 형상화하였다.

 

식민지 치하의 가난하고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는 농촌 아낙네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소박한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없는 반항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풍요롭기 때문에 더욱 빼앗길 수 없는 민족의 삶과 조국의 땅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였다.

식민지적 비애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저항의식을 시인은 시적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하였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광복절이 되면 일제 해방을 염원하며 빼앗긴 들판을 노래한 이상화 시인의 아픔이 살아서 다가온다.

 

*: 일제에 대한 저항의 시였음에도, 일제 검열당국은 불온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식민지 지배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하여 무삭제 통과시켰다. 이 시가 오늘까지 전해 오는 내력이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Photo Source: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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