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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13

박성우 매우 중요한 참견

박성우 매우 중요한 참견. 사람살이의 온기가 느껴진다.매우 중요한 참견/박성우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 ❄출처 : 박성우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창비. 2024. 🍎 해설시골 길을 가던 할머니의 참견은 딱한 사정에 처해 있는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착한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참견이다. 호박 줄기가 길의 위로 기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넝쿨을 들어서 길 밖으로 뻗어갈 방향을 돌려놓는다. 매우 중요한 참견이다. 그리고 매우 아름다운 참견이다. 호박 줄기가 기어가는 모양은 ‘성큼성큼’이다. 반면에 할머니의 발걸음은 ‘느릿느릿’이다. 아름다운..

짧은 시 2024.11.03

이성선 사랑

이성선 사랑. 온유한 사랑에 대한 조용한 사유.사랑/이성선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 ❄출처 : 이성선 시집,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세계사, 2000. 🍎 해설이성선 시인(1941~2001)은 평생 설악산 기슭에 살면서 시를 써 왔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도하며 우주의 질서 안에 인간의 삶이 놓여 있음을 관찰하는 데 충실하다.  그의 사랑시도 그렇다. 온유한 사랑을 주로 쓴다. 사랑을 조용히 사유한다. 당신은 언제나 나의 잘못을 감싼다..

좋은시 2024.11.02

한강 파란 돌

한강 파란 돌.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시 詩 우수작품.파란 돌/한강십 년 전 꿈에 본파란 돌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아, 죽어서 좋았는데환했는데 솜털처럼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희고 둥근조약돌을 보았지해맑아라,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그때 알았네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그때 처음 아팠네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깊은 밤이었고,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놓친 적도 있을까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꿈에 본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돌아가 들여다보면아..

좋은시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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