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바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백석 시인.
바다
/백석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출처 : 백석 지음 고영진 편,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2020.
🍎 해설
*구붓하고: 몸을 약간 구부리고
개지꽃: 갯메꽃의 평북 방언. 바닷가 모래밭에서 자라는 넝쿨풀.
개지: 깔때기 모양의 갯메꽃의 연분홍색 꽃이 끝에 피는 긴 자루.
쇠리쇠리하다: 눈부시다의 평북 방언.
자신의 첫사랑인 여인이 자신의 친구와 결혼한 후의 쓸쓸한 심경을 담은 백석 시인의 사랑시다.
우리말이 아름다운 대표적인 시 중 하나다.
물가를 걷는 모습과 소리를 ‘지중지중’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지(止)'의 의미작용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걷는듯한 느낌을 주어, 천천히 생각하며 걷는 모습을 아름답게 연상시키고 있다.
모래톱에서 피는 갯메꽃에 꽃의 긴 자루가 아니 나오고라고 함으로써 사랑했던 사람이 옆에 없음을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눌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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